[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코로나19 충격으로 매출이 급감한 기업들이 은행에서 끌어다 쓴 대출이 4월 한달동안에만 약 28조원 증가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에 봉착해 '빚'을 내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충당하는 회사들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소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대출 규모가 많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매출이 급감한 기업들이 은행에서 끌어단 쓴 대출이 4월 한달동안에만 약 28조원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2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7조9000억원 증가했다. 3월 대출은 18조7000억원 늘었지만 4월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대출액이 확대된 셈이다. 이는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치 증가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1조2000억원, 중소기업이 16조6000억원 대출을 늘렸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10조8000억원 확대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모두 사상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증가는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며 "중소기업 역시 정부의 정책 자금 집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고, 개인의 경우 개인사업자의 매출 감소에 따른 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자금 마련을 위한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액은 1000억원에 그쳤다.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도 대출을 늘리는데 일조했다.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초저금리 대출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중소기업 상당수가 시중은행 대출이 거절된 뒤 금리가 높은 2금융 대출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 자금 압박이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4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월 9조6000억원 증가폭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신용카드 대금 결제에 대한 수요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또 가계가 소비지출 규모를 줄여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도 큰 폭 줄였다. 실제 마이너스통장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월 3조3000억원 증가에서 4월 1000억원 감소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섰던 수요가 지난달 주춤해진 점도 기타대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택관련대출도 둔화됐다. 주택 매매·전세 관련 대출이 줄어든 데다 비은행 대출 대환액도 감소하면서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은행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의 경우 3월 3조원에서 4월 2조50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서민형안심전환대출 비은행 대환분 또한 같은기간 8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떨어졌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