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4년간 입법활동의 막을 내린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다당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했던 20대 국회였지만 4년 내내 공전과 충돌·고성으로 얼룩져 '최악'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2016년 5월30일 개원한 이후 오는 29일 임기를 마친다. 20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 3개의 원내교섭단체로 출발하며 '여소야대' 다당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했지만 여야는 대화와 협상보다는 장외투쟁과 정쟁을 더 많이 보여줬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발은 좋았다. 20대 국회는 임기 첫해인 2016년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탄핵을 통한 '헌정수호'라는 업적을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9일 본회의에서 재석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됐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도 동참한 초당적 투표의 결과였다.
하지만 2017년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자 뒤바뀐 여야의 대치 전선은 한층 더 격화됐다. 2018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선 여야가 극한 힘 대결을 벌여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가 재연됐다. 민주당과 소수 야당들의 4+1 공조로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은 데 대해 통합당이 이를 물리적으로 가로막으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처리된 지 채 10년도 안 돼 국회 공성전이 재현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권력기관·선거제 개혁을 둘러싸고 여야 간 정면충돌로 점철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당에 대한 무더기 고소·고발전도 이어졌다. 결국 패스트트랙에 올린 권력기관·선거제 개혁 법안은 통합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과 민주당의 임시국회 회기 쪼개기 살라미전술이 맞선 끝에 2019년 12월 말 차례로 통과됐다.
2019년은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부터 임명 이후 일가족 논란 끝에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까지 '조국 블랙홀'에 빠져 국회가 공전하기도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부터 이례적인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하면서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표현되는 '광장 정치'는 부각되고 '여의도 정치'는 보이지 않았다.
법안처리에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4년 동안 발의된 법안은 총 2만4139건, 처리된 법안은 8960건으로 처리율(37.1%)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는 과거 국회와 비교했을 때 참담한 수준이다. 17대(58%)와 18대(55%)의 국회의 법안처리률은 모두 50%대였다.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만 하더라도 법안처리률이 45%였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20대 국회는 기대만큼 실망이 컸다"며 "거대하게 변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많은 입법안들이 필요했는데 입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고 정쟁으로 흘러서 안타까웠다. 21대 국회에서는 입법부라는 본래 역할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