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LNG선 운임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감 절벽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업계는 이달 초 23조원 규모의 '잭팟 수주'라고 불렀던 카타르 LNG선박의 연내 발주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5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LNG선 일일 스팟운임이 3만달러대로 떨어졌다. 16만세제곱미터(㎥)급 LNG선 스팟 운임은 3만40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5만5000달러에서 2만달러 넘게 하락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17만4000㎥급도 스팟 운임이 작년 6만2000달러에서 3만9500달러로 급락했다. 난방 수요가 하락하는 계절적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운임 하락 폭은 상당하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운임 급락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대체제인 LNG 경제성이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0달러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LNG 수요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LNG 운송량도 줄고 있다. 에너지 조사기관 클리퍼데이터(ClipperDat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LNG선 53척을 통해 360만톤의 LNG를 수출했다. 하지만 이달 첫주에는 수출량이 75만톤으로 급감했다. 오는 7월 예정된 LNG선 45척 출항 계획도 전면 취소됐다.
수요 둔화로 수출량도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에너지 에스펙츠는 올 여름 125척 LNG선적 계획이 취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LNG시장 침체는 국내 조선업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LNG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카타르 페트롤리움(QP)과 23조원 규모의 LNG선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선주사가 미리 조선사의 도크(배를 짓는 작업장) 자리를 예약하는 것이다. 정식 건조 계약은 아직 체결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업계는 발주 시장 침체로 극심한 수주절벽을 겪고 있다. 올해가 절반 정도 지났지만 조선 3사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10% 안팎이다.
이러한 가운데 LNG시장 침체는 장기화하고 있고 운임도 바닥이다. 슬롯 계약만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주처는 얼마든지 발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 수주실적이 떨어지면서 수주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며 "카타르발 LNG선이 연내 나왔으면 하는 분위기지만 LNG시장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타르는 선사와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하겠지만 당장 스팟 운임이 떨어지면 투자, 개발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선박 발주도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LNG선 건조 조선사가 선정돼야 용선사도 결정된다. 국내 해운업계도 카타르 프로젝트 개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카타르가 조선사와 슬롯 계약만 했을뿐, 구체적인 발주 척수도 정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국내 선사들이 카타르와 물밑 접촉만 하고 있을 뿐 카타르로부터 용선입찰 제안서도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