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게임' 제주-이스타…핵심 쟁점 3가지

공세 수위 높이는 두 기업…딜 파기 가능성도↑

입력 : 2020-07-09 오전 5:2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딜의 양상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딜이 틀어지며 두 기업은 녹취록과 경영 관련 문서까지 공개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체불임금 책임 주체 △선행조건 설정과 이행을 놓고 두 회사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딜 파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쟁점 1. 제주항공, 셧다운·구조조정 지시했나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 전부터 회사 경영에 관여하면서 셧다운(전 노선 운항 중단)과 인력 구조조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석주 AK홀딩스 대표(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이 녹취에서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 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지상조업사와 정유회사로부터 급유와 조업 중단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운항을 지속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대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한 후 셧다운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한 것일 뿐 강요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조언이라지만 인수자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재반박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인력 구조조정을 지시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SPA 체결 후 첫 미팅에서 인력운용계획을 논의했고 미팅 후 3시간 만에 구조조정안을 보낸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전부터 이미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안은 실제로 사용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며 "실제 구조조정은 3월 말 셧다운 이후부터 제주항공이 제시한 규모와 기준에 의해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사진/뉴시스
 
쟁점 2. 체불임금 250억원, 왜 발생했고 책임은 누구?
 
두 회사는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250억원을 놓고도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자의 요청으로 3월 말부터 전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이 때문에 수익이 0원이었으니 제주항공도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셧다운을 지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불임금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피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에 체불임금도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계약서에 대한 해석 차이며 체불임금은 이스타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또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지분을 헌납하고 이를 통해 체불임금을 해결해도 딜 클로징은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하는 빚은 체불임금을 제외해도 10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대주주 지분은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에 대한 근질권(담보)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헌납을 결정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지분을 헌납해도 실제 이스타항공으로 들어오는 돈은 80억원으로, 체불임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쟁점 3. "선행조건 미이행 시 딜 파기" vs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
 
제주항공은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딜 종결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파기를 시사한 셈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이행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션을 던졌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 1700억원과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을 10일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제주항공은 "선행조건 미이행이 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거래종결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지난 1일 보낸 공문을 통해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은 SPA 이전부터 자금 부족으로 생길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계약에도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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