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국토부도 서로 딴소리…"그린뉴딜하면서 그린벨트 없앤다고?"

입력 : 2020-07-15 오후 2:25:09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찬반양론이 갈린다. 특히 입장이 같아야 할 홍 부총리와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이 정반대 입장을 보이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5일 박선호 차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린벨트를 만들고 운영해온 부처는 국토부다”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박 차관은 “그린벨트라는 것은 녹지와 같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목적도 있지만 도시가 무분별하게 계속 외연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라며 “단순히 집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그린벨트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반면 홍 부총리는 필요할 경우 그린벨트를 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주택공급의 일환으로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과제들에 대한 검토가 끝나고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서울시나 국토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더라도, 필요할 경우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 여당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 반대한 탓에 논의가 쉽지 않았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박 시장이 반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이 떠나면서 그린벨트에 대한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린벨트 해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조성할 수 있는 택지는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가 거론되고 있는데, 가용면적이 충분하지 않아 1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투기꾼만 몰릴 것이다’, ‘후세를 위한 유산으로 남겨둬야 한다’, ‘한국판 그린뉴딜을 강조하면서 그린벨트는 없앤다고?’ 등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한편 ‘공급은 빠진 7·10 대책을 보안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을 해야 집값이 떨어진다’, ‘그린벨트는 비닐하우스 빼곡한 보존가치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등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그린벨트 해제는 강남지역 공급량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앞서 MB정권에서도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공급한 적이 있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공급량은 집 값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와 관련해 일주일만에 말을 바꿨는데, 충분한 논의가 없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이렇게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 국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49.13㎢로, 강남권에선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구(8.17㎢), 강남구(6.09㎢), 송파구(2.63㎢) 등 순이다. 이중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3~5등급 지역은 약 29㎢(2018년 기준)로 전체 그린벨트의 약 20%를 차지한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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