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대표작 ‘종이 동물원’으로 2012년 한 해에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휩쓴 중국 출신의 작가. 책은 그의 미출간 단편 중 엄선해 엮은 한국판 단편집이다. 데뷔작 ‘카르타고의 장미’를 필두로 스페인 권위의 상 이그노투스 상 수상작인 ‘사랑의 알고리즘’, 한글에서 영감을 얻은 ‘매듭 묶기’ 등 총 12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가족들을 소재로 죽음과 영생, 인종과 문화 충돌 등 동시대 현대인들이 지닌 관심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지음|장성주 옮김|황금가지 펴냄
표제작은 과거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을 시차를 두고 대면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주아’와 ‘베레나’ 부부가 일식처럼 포개졌다, 다시금 멀어지는 과정을 반추하며 ‘상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그려낸다. 모국에서든 이국에서든 유배의 감각으로 살아가는 화자들과 재개발 지역에 불시착한 가족들…. 총 8편의 단편 속 소설 화자들은 여리거나 약하기만 한 존재들이 아니다. 세계의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고 공존을 모색하며 단단해진다.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문학동네 펴냄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앞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가 문을 닫고 공장은 폐쇄됐으며 주식시장이 휘청거린다. 유럽 투자은행과 국제 컨설팅 기업 등 유럽 금융 중심부에서 25년 넘게 활동해온 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환율과 무역협정 등 글로벌 경제의 기초 지식부터 그린 뉴딜 같은 미래 경제 트렌드까지 생활용어들로 짚는다. 가령 주가지수를 마트 물건 가격표에 비유하고 차입매수를 지렛대 원리에 대입해 설명한다.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랜디 찰스 에핑 지음|이가영 옮김|어크로스 펴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가 전작의 “나답게!” 세계관을 더욱 심화시킨다. 정면으로 내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는 사회 관습으로부터 일종의 ‘자유 선언’이다. 그에게 삶은 똑바로 정면을 봐야 찍을 수 있는 증명 사진 같은 게 아니라 스스로의 측면을 강조해 찍는 셀카 같은 것이다. 나의 취향과 호불호, 스스로 분명하게 아는 것이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믿는다. 글을 닮은 위트있는 그림체는 책의 핵심 포인트.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세미콜론 펴냄
저자는 대학 1학년 답사 때 빗살무늬토기 파편을 주은 것을 계기로 30여년간 역사 자료를 모으는 콜렉터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선 사진 한 장부터 일기장, 편지, 영수증, 사인, 사직서, 증명서 등 개인의 ‘삶’으로 역사를 구성한다. 독립협회 보조금 영수증에 쓰인 날자로 독립문이 건립될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독립’의 의미를 짚어보고, 한강다리를 오간 청년의 엽서로부터 일제 때 생활고와 취업난을 돌아본다. 교과서에서 탈피, 생생한 역사 현장으로 인도한다.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박건호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세계 부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7000억 달러 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로 정책을 선회했으며, 유가시장은 코로나 재확산 공포로 폭락을 반복하고 있다. 몇몇 유럽 국가들은 이번 팬데믹으로 경제 회복 불가 수준의 판정을 받았다. 저자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고 가계 소비, 투자가 위축된 한국 경제의 위험성을 이 세계적 위기 안에서 짚어낸다. 부동산, 주식시장보다 달러와 금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부의 대이동
오건영 지음|페이지2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