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덕에 카드사들 선방

정책자금 풀리자 카드결제액 증가…"하반기 실적 전망은 불투명"

입력 : 2020-07-26 오전 10:14:14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악화가 예상됐던 지난 2분기 카드사들이 선방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부터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카드결제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코로나 장기화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책자금이 시중에 풀리면서 카드사의 2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사진은 한 주민센터에 발급을 준비 중인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가 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KB국민카드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8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681억) 대비 20%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카드 2분기 순이익이 35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보다 125.8% 신장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한 것은 긴급재난지원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14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시중에 풀었다. 지난달 말까지 집행된 긴급재난지원금 규모는 11조6000억원이다. 5~6월에 상당수 금액이 소진되면서 카드사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각 카드사의 사업 부문별 현황을 봐도 지급결제 부문이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올해 2분기 카드 이용액은 35조7000억원으로 전년비 7000억 상승했다. '카드자산 현황'에서도 2분기 말 기준 신용판매액은 11조2539억원으로, 전 분기(11조534억) 대비 1.8% 올랐다. 반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자산은 이전 분기보다 줄었다. 정책자금을 활용해 카드대출을 상환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금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차주들이 고금리의 카드론을 상환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도 상반기 기준 가맹점 수수료 등 수수료수익이 34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445억)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실제적인 타격은 없던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선제적으로 추진한 디지털 혁신이 실적 개선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 하나카드는 카드 모집인 등록을 중단하면서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온라인 마케팅 강화해 비용을 효율화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1047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1444억) 대비 27.5% 감소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채권매각 등 일회성 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실적이 선전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재난지원금 정책과 같은 일회성 호재가 사라졌고,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취약 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등 부실 뇌관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신용 심사와 대출 한도 등에서 리스크 관리 기준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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