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의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지만 실상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항공사들이 항공권 현장 구매와 직원을 통한 체크인 등에 수수료를 부과하며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인건비 절감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업계 언택트는 숙명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의 방향이 올바른지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20대 남성 A씨는 휴가를 가기 위해 최근 항공권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여행 당일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스마트폰을 통한 셀프체크인도 마쳤다. 공항에 도착한 A씨는 키오스크로 셀프체크인을 하는 다른 승객들을 지나쳐 스스로 짐을 부치기 위해 '셀프백드랍' 키오스크로 향했다. 항공사가 허용하는 수하물 무게와 라이터와 보조배터리, 전자담배가 없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 체크한 후 탑승권과 여권을 키오스크에 인식했고 수하물 태그가 나오자 가방에 붙인 후 컨베이어 벨트에 직접 실었다. 미리 등록해둔 손바닥 정맥 정보를 기계에 인식하자 보안검색 게이트도 단숨에 통과했다. A씨가 여행을 위해 항공권 구매부터 체크인, 짐 부치기, 보안검사까지 절차를 거치는 동안 만난 항공사 직원은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언택트(Untact·비대면)'가 항공업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고 홍보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고객 편의 향상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최근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항공권 구매부터 수하물 위탁까지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면 비대면화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건 셀프체크인이다. 셀프체크인은 스마트폰이나 PC로 집에서 직접 체크인을 하거나 공항에 마련된 키오스크로 수속을 밟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로 이를 장려했다면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승객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셀프체크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월 이코노미석(일반석) 체크인 카운터를 모두 수하물 위탁 전용 카운터로 전환했다. 이코노미석을 샀다면 체크인은 키오스크로 하고 짐은 카운터에서 직원을 통해 부치는 방식이다.
항공사 직원들이 해줬던 수하물 위탁도 점점 '셀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셀프백드랍 키오스크 28대를 배치했다. 이용을 원한다면 여권과 항공권을 기계에 인식한 후 직접 짐을 부치면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선에 도입했던 '셀프 보딩' 제도도 순조롭게 정착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행기 탑승 전 승객이 직접 탑승권 바코드를 기계에 스캔 후 타는 제도다.
인천국제공항 셀프백드랍 이용 안내 영상. 사진/인천공항 유튜브 캡처
앞으로 이런 비대면 서비스들은 '선택'을 넘어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이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셀프체크인을 하지 않는 고객에 수수료 3000원을 받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다른 항공사들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국제선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서비스 수수료 3만원을 받기로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서비스 센터나 시내·공항 지점에서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변경하는 승객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항공사들은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비대면을 강화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성수기 기준 국제선 3명 중 2명이 셀프체크인을 이용했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직원을 통해 체크인한 고객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항공사들이 셀프 서비스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대세론'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꼼수라는 시선은 있다. 비대면 서비스를 정착시킨 후 현재 무료인 대면 서비스들을 모두 유료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