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석유화학업계가 하반기 뜻하지 않은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위생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일회용품과 방역 제품 재료로 쓰이는 합성수지와 고무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정보제공업체인 플래츠(Platts)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달 합성수지와 고무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며 마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합성수지는 플라스틱, 비닐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로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음식 포장재나 각종 식품 용기, 위생장갑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 자동차와 전자제품 소재까지 폭넓게 쓰인다.
특히 배달음식과 택배 증가로 포장재 원료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 계열 제품들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8월 셋째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전주보다 0.9% 오른 톤당 910달러를,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은 3.1% 오른 992달러를 기록했다. 두 제품은 지난 6월 각각 743달러, 817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한 바 있다. 마스크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의 경우 900달러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다만 811달러였던 지난 6월과 비교하면 9.9%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다회용컵 대신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사진은 전날 한 카페에서 일회용컵주문이 많은 모습. 사진/뉴시스
PE 제품들의 가격은 다음 달에도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화학기업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이 9월 PE 가격을 이달보다 110달러 더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사들의 수출도 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한 615만4000톤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합성수지 수출은 447만3000톤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0.5% 늘었다.
합성수지와 함께 라텍스 장갑 소재인 NB라텍스도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달 수출량은 전월 대비 26% 증가한 약 9만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8월 기준 마진도 지난 1월보다 50% 올랐다. 의료용 수요가 증가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위생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 제품 수요 증가로 하반기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사진은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방역복을 입는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꾸준히 증가하는 수요에 전 세계 화학사들이 NB라텍스 설비를 증설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최근 LG화학도 말레이시아 화학업체 페트로나스 케미칼 그룹(Petronas Chemicals Group·PCG)과 NB라텍스 생산을 위한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수요가 회복세를 타는 건 다행이지만 여러 변수도 많아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국내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수요가 꾸준한 NB라텍스 같은 제품은 공급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도 수익을 장담하긴 어려울 것"며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품목도 있지만 고객사의 공장 가동 중단 같은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