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대법원이 산업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조항을 유효하다고 판결한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는 “특별채용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산재사망자 유족에 국한된 것이지 모든 특별채용 조항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 특별채용 관련 문제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 모씨의 유가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성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안의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목적”이라며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 채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27일 대법원 판결과 관련 "특별채용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현대·기아차
이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채용이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은 이 씨가 현대·기아차에 근무하다가 2008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판정을 받자 유족들이 이 씨의 자녀를 채용하라고 사측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기아차(000270) 단협 27조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애로 퇴직할 시 해당 조합원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고 규정되어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해당 조항은 민법 103조를 위반했으며, 채용 관련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단협 27조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한 보호장치 조항이며, 일반적인 고용세습과는 다르다”며 “대법원이 판결에서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