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항공권 환불대란…예약률도 뚝

국내선 여객수 한주 새 40% 감소…불어나는 환불액에 메마르는 현금

입력 : 2020-08-31 오전 6:01:4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항공권 환불 대란이 다시 시작되며 항공사들의 현금 곳간이 더욱 텅텅 비게 됐다. 이 와중에 여행 심리 위축으로 신규 예약도 줄고 있어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30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항공통계에 따르면 8월 넷째주 평일(24~27일) 김포공항 국내선 승객은 15만7027명으로 전주 평일 26만274명보다 39.7% 줄었다. 국내 인기 여행지인 제주 노선 승객도 급감했다. 8월 넷째주 평일 국내선 승객은 20만5144명으로 전주 31만7059명보다 35.3% 감소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항에 제약이 따르자 국내선과 화물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한주 사이 여객 수가 급감한 것은 신규 예약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취소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항공사당 매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환불액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화물기가 없어 국내선 위주로 영업을 해왔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타격이 큰 상황으로, LCC들은 코로나19로 하루 평균 매출이 10억원을 채 넘지 않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선 여객 수가 줄어들면서 항공권 환불 대란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김포공항. 사진/뉴시스
 
항공사 관계자는 "승객이 줄더라도 운항편을 갑자기 없앨 수는 없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항공기는 띄우고 있다"며 "당장 몇 주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당분간 여행 계획을 아예 접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 와중에 신규 여객 수도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9월 항공권 예약률은 20~30% 수준이다. 성수기에 제주 노선 예약률이 80%를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반적인 여행 심리가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항공권 취소와 여객 수 감소가 계속되면서 항공사들은 자금 유동성 확보를 더욱 깊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국내 상장 LCC 4곳의 현금성 자산은 약 351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752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매달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 추가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업계 1~2위인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는 유상증자로 2000억원대 현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추가로 확보한 자금마저 모두 소진할 전망이다.
 
유상증자에 실패한 티웨이항공(091810)을 비롯해 신생항공사들은 정부 도움 없이는 올해를 넘기는 것도 버겁다. 이 와중에 정부가 이동 제한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 국가들도 한국에 대한 입국 절차를 다시 강화하면서 여객 외엔 마땅한 수익 창구가 없는 LCC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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