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해답 찾아 러시아 향하는 국내 제약사

일양약품·종근당 현지 임상 승인…세계 4위 확진자 수에 임상 환자 모집 수월

입력 : 2020-09-02 오후 3:01:48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정복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치료제 검증을 위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폭발적 확진자 증가세로 환자 모집이 쉽고, 미국·유럽 대비 수월한 임상 허가가 치료제 선점을 위한 행보에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과 종근당 등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러시아 임상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환자 모집이 어려운 국내에 비해 적합한 임상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국산 신약 18호인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일양약품(007570)은 지난 5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현지 임상 3상을 승인 받았다. 러시아 1위 제약사 '알팜'이 주관하는 해당 임상은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중 첫 번째로 승인을 받았다.
 
임상은 러시아 및 인접국 벨라루스 11개 기관에서 145명의 경증, 중증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2주간 투약 후 슈펙트의 '치료효과 유의성'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둔다. 러시아 및 벨라루스에 한해 일양약품이 알팜에 권리와 판매 독점권을 부여하고, 일양약품은 그 외 국가에 대해 임상 결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임상 비용은 일양약품으로부터 슈펙트를 제공받은 알팜에서 모두 지불하며, 일양약품은 지난 6월 임상 샘플을 제조해 알팜에 보낸 상태다.
 
종근당(185750) 지난달 31일 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지 임상 2상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중등증 및 중증의 폐렴 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나파벨탄을 10여일 간 투여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나파벨탄의 주요 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약처 지원으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진행한 약물재창출 연구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다.
 
러시아는 2일 오후 2시 기준 9970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미국과 브라질,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다. 매일 50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그 어느 국가 보다 절실한 상태다. 특히 국내와의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라 해외 임상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폭발적 확진자 증가에 절박해진 러시아 정부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등록한 뒤, 오는 11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 입장에선 치료제 및 백신 개발·도입에 적극적인 러시아 환경이 우호적으로 작용 중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기준이 다른 만큼 러시아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된 이후 현지 허가를 받게 된다고 곧바로 다른 국가로의 진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큰 국가에서의 임상 시작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또 임상 결과에 따라 해당 데이터를 타 국가 허가를 위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속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종근당 소속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종근당당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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