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IT 업계에서 창업자들이 의장직을 맡는 것에 대해 '은둔형 경영'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다. 회사에 중요한 이슈가 제기됐을 때 최고경영자(CEO)를 앞으로 내세운 채 자신은 한 발자국 뒤에 물러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정작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외적으로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게임 업계에는 창업 30년 이내의 젊은 기업들이 많다. 초고속 인터넷망과 스마트폰의 보급 등 인프라의 발전과 더불어 짧은 기간 동안 고속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잡음도 이어져 업무 외적으로 신경 쓸 일도 많았다. 인터넷 기업들에게는 불법 콘텐츠 및 음란물 유통 방지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 업계는 학생들의 게임 중독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 CEO나 관련 임원이 나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할 뿐 정작 창업자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과 바람에 대해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창업자들이 의장 직을 수행하며 바쁜 가운데에서도 중요한 곳에는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는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한국 인터넷 산업의 선구자에게 듣다:네이버 창업과 성장의 경험'을 주제로 한 대담에 나섰다. 2016년에는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으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매년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를 열며 외부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방 의장은 NTP에서 회사의 역사와 비전 등에 대해 2시간 이상 설명하기도 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2016년 5월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화, 창업, 성장, 해외진출 등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이다. 당시 김 의장은 당시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인 자신의 업을 찾는 것을 돕고자 한다"며 "인공지능(AI)이나 4차 산업혁명 같은 미래 시대의 업을 찾고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교육현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전 웹젠 의장은 게임업계 1호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갑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의정 활동 당시 게임물등급분류관련 개정과 게임 제공업의 영업정지 처분 마련 등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올해 21대 선거에서는 낙선했다. 김 전 의장은 웹젠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앞선 창업자들을 보며 회사를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 선배들과 좀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모바일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해진·김범수같은 분들은 IT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공적인 기업을 일궈낸 스타"라며 "그런 분들이 좀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 업계 후배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