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특허침해 소송을 두고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기술을 훔쳐 특허를 내놓고는 역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주장이 오히려 사실 왜곡이라며 기술을 훔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특허소송에서도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고의적인 증거 인멸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ITC에)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며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 등으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4일 밝혔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의 주장에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특허에 앞서는 제품이 있으므로 SK이노베이션의 특허가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 특허는 SK이노베이션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억지 주장을 멈추고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침해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허침해 소송은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에서 LG화학이 자사 자동차 전지 파우치형 배터리셀 구조 관련 특허인 '944특허'를 침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LG화학 본사. 사진/뉴시스
"원래 LG 기술"vs"특허 출원땐 가만히 있더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994특허는 LG화학의 A7 배터리 셀 관련 기술 정보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 이전에 이 기술을 탑재한 배터리셀을 크라이슬러에 여러 차례 판매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을 토대로 유사한 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냈고 이도 모자라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994특허를 발명한 개발자가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연구원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 기술을 만들 때 논의한 내용이 담긴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삭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으로 기술을 훔쳤고 이를 숨기기 위해 증거인멸까지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자체 개발했으며 특허 출원 당시 LG화학의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등록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한다. LG화학은 특허소송이 제기됐을 때까지만 해도 '선행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제품'을 인지하지 않고 있었는데 소송이 시작된 후 뒤늦게 유사성을 끼워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직한 연구원은 LG화학에서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근무했다"며 "중·대형배터리(전기차 배터리)와 소형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LG화학의 기술을 빼 왔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고 해명했다.
SK이노베이션 본사. 사진/뉴시스
증거인멸도 두고도 '이견'
아울러 두 기업은 LG화학이 문제 제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두고도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소송이 시작된 후 증거 보존을 위해 자료를 삭제해선 안되는데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까지 '팀룸' 휴지통의 30일 자동삭제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수천 개의 파일이 훼손됐다며 이를 증거인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994특허 관련 아이디어를 논의한 프레젠테이션 파일 복사본이 남아있었는데 이를 변호사에 전달하고도 ITC에는 제출하지 않았단 점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2월과 3월에 ITC 행정 판사가 소송 관련 문서 제출을 명령했는데 관련 문서와 이메일을 삭제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제재해달라고 요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주장과 달리 어떤 자료도 삭제하지 않았으며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증거를 삭제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문서 삭제를 찾고 (위법성을) 주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소송 내에서라면 LG화학의 어떤 왜곡과 과장 주장이라도 진지하게 대응할 것이지만 왜곡된 주장을 사실인 양 소송 외에서 여론을 오도하는 행위는 더 계속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