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지 별다른 지체 없이 5~10분만에 즉시 음주측정이 실시됐다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유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 술을 마신 채 부천시내 한 도로에 있는 한 막걸리집 앞부터 50m 정도 차를 몰다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적발 시각은 당일 오후 11시45~50분 사이로, A씨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차를 세운 뒤 음주측정 장소까지 걸어 이동한 다음 생수로 입안을 헹군 뒤 호흡측정기를 불어 음주측정을 받았다.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59%로 나왔고 A씨는 음주운전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A씨는 재판과정에서 경찰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 당시가 아닌 5~10분 이후였고, 이때는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기 때문에 경찰의 음주측정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감정관도 '약 5분 사이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09% 넘게 상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 피고인에 대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방법과 절차는 경찰의 통상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따른 것이고, 운전 종료 시점부터 불과 약 5분 내지 10분이 경과되어 운전 종료 직후 별다른 지체 없이 음주측정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음주측정 결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진술과 같이 음주측정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 역시 대법원 취지를 따라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재상고 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기각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