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총수 재판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김앤장이 지난해 롯데 판결 이후 상승세다. 이번 삼성 재판이 결정타가 될지 주목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한때 재벌 총수 재판을 도맡았던 김앤장은 집행유예가 많았던 전례와 달리 법정구속 등 패소하면서 한동안 수임계에서도 밀려나는 듯했다.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1심을 맡았다가 모두 패소한 게 재계에선 인상적이었다. 두 회장은 모두 항소심에서 태평양을 주축으로 변호인단을 교체해 김앤장이 쓴 맛을 봤다.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하며 아예 변론 전략도 바꿨다. 그만큼 1심 변론을 실패한 전략으로 판단했던 듯 보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진술 번복에 대한 괴씸죄를 부과해 결과는 좋지 못했다. 최 회장은 재벌 총수 중 가장 오랜 복역기간을 보낸 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김앤장이 이재현 CJ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결과도 애매하다. 이재현 회장은 1심과 2심,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실형 선고를 받았는데, 재상고를 포기했다.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최종적으로는 광복절 특사를 받았다. 재상고를 포기한 결단이 특사 기회로 이어진 셈이다. 재판에선 졌지만 결과가 좋았다. 이후 CJ는 김앤장 출신 사외이사를 다수 영입하기도 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고심에서 최종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 내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2월에는 김앤장 출신 인사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영되기도 했다.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맡아 승소하면 로펌 수임 경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부정승계 혐의로 재판에 소환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까지 걸려 있어 재계에 재무·경제 특수 로펌으로 알려진 김앤장이 실력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로펌과 재벌집단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수임을 맡았던 로펌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로 채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근래 사외이사 규제가 강화되며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는 소폭 줄어드는 추세다. 김앤장 소속 사외이사가 유독 많았던 두산그룹은 2019년과 2020년 임기가 만료된 이후 재선임하지 않았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