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는 서울시…송현동, 제값 받을까

대한항공, 자금난 해소로 시간 벌어
권익위 중재안·보궐선거 매각 변수

입력 : 2020-09-16 오전 5:31: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서울시가 종로구 소재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화를 강행하는 가운데 이 땅을 소유한 대한항공은 '제값 받기' 작전을 더욱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최근 기내식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모두 확보하며 급할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과 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해 9906억원을 확보했다. 앞서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도 마련하며 모두 2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조2000억원을 빌려주며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라는 '숙제'를 끝내게 됐다.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더욱 나빠지긴 했지만 대한항공은 이전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송현동 부지 매각은 계속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드러내며 다른 매수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서울시가 용도를 공원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하면서 다른 주인을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 대한항공은 원하는 가격을 받지 않는 한 이 땅을 팔지 않겠다는 방침이긴 했지만 서울시도 공원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만큼 빠른 자금난 해소를 위해 어느정도 타협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대한항공이 2조원 자본 확충에 성공하며 송현동 매각 제값 받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은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자본 확충 과제를 끝낸 이상 대한항공은 빠른 매각보다는 '제값 받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반대에도 송현동 공원화를 강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민간 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빼앗은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대한항공과 최대한 대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서울시장 자리가 공석인 점도 대한항공이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송현동 공원화는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 정책 중 하나였는데 내년 보궐선거를 통해 새 시장이 선출되면 이런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권익위원회에 서울시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진정도 제기했는데 권익위의 판단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공원화를 가능한 빠르게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권익위 중재안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만약 권익위가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 공원화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는 보상비로 4600여억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분납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내년에는 보상비의 10%만 지급하겠다는 방침인데 대한항공은 매각가와 대금 지급 방식 모두에 반발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서울시의 송현동 공원화 계획과 관련 "(제값을 받지 못하면) 그냥 가지고 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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