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돈을 빌려 바이오와 언택트(Untact·비대면), 전기차 업종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발 사회·문화양식의 변화와 정부정책에 따른 수혜가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17조568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투협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자금을 빌리는 것으로 주식시장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통상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작년 말 9조원대를 기록했던 신용융자 잔고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6조4075억원(3월25일)까지 쪼그라들었지만 개미투자자의 주식 매수열풍에 힘입어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 18조원을 목전에 뒀다. 연 저점 대비 174% 급증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지난 15일까지 LG화학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23억3900만원으로 1623억4400만원이 순증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뉴딜정책과 관련해 전기차 수혜주로 부각된 결과다. 같은 기간
현대차(005380)의 신용잔고는 1370억원 늘었다. 이어 언택트 대표 주자인
카카오(035720)(1235억원 순증)와 수소차 등 그린뉴딜 관련주인
한화솔루션(009830)(994억원), 제약·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068270)(785억원)에 대한 신용거래가 두드러졌다.
한편 빚투가 몰리며 증권사들은 곳간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신용공여 한도 준수(자기자본 100%)를 위해 속도조절을 하는 셈이다.
현재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와 증권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으며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매수도 일시 중단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주식매수 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용거래도 과열된 부분이 있다”면서 “신용공여 한도 준수 차원에서 신규 대출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거래 증가는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는 시그널”이라면서도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성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