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정하며 소액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0%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무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대주주인 LG가 막대한 지분율을 가지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만큼 물적 분할에 성공하더라도 진통은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음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 계획을 승인받은 뒤 오는 12월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분할의 경우 특별결의사항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주)LG로 지난 6월 말 기준 30.0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주총은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10.5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아직까진 LG화학 분할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으나 만약 반대한다면 '주주가치 훼손'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LG화학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하는 가운데 분할 방식을 두고 소액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주주들의 반대 때문에 분할이나 합병 계획을 취소한 전례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으로 나누고 분할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현대모비스에 불리하다며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놨고 주주들도 거세게 반대하며 현대차는 이를 결국 철회해야 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5월 물적 분할에 성공하긴 했지만 노조가 거세게 반대하며 소송을 치러야만 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3%를 보유한 노조가 주총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최종 기각됐다.
LG화학의 경우 주주들이 분할을 반대하는 건 분할 방식 때문이다. 물적 분할의 경우 인적 분할과 달리 배터리 신설법인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 후 새 주식을 발행하면 이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승승장구하는 배터리 주를 샀는데 사양 산업인 정유·화학 주만 쥐게 된 셈이다.
만약 물적 분할 후 국민연금이나 기존 주주들이 배터리 주를 직접 가지기 위해 LG화학 보유 주식을 빼 신설법인에 투자한다면 남아있는 주주들의 손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단체까지 나선 상황이다.
전날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물적 분할 후 LG화학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 소액 투자자들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론상 물적 분할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특성상 지주사들의 주식이 저평가되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금소원은 LG화학에 소액 투자자를 고려한 방안을 제시해달라며 LG 불매운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편 지난 16일 물적 분할 소식이 처음 전해진 후 LG화학 주가는 하락세다. 종가 기준 지난 15일 72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63만9000원으로 13.6% 하락 마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