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와 산발적으로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한다.
법무부는 오는 28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해 대표당사자로 수행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05년 공시 의무 위반,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와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으로 증권 분야에 한정해 도입됐다.
이번 집단소송법은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 50인 이상의 모든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적용되며, 미리 판결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고 신고한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가 적용 대상이 된다. 또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기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소송허가 재판과 본안 재판으로 사실상 6심제 구조로 운영돼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를 개선했다.
특히 집단소송의 소를 제기하기 전이라도 집단소송으로 다퉈질 사실에 관해 증거를 조사할 수 있는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 등 한국형 증거개시제가 도입됐다. 증거의 구조적 편재를 해소하기 위해 주장, 입증 책임을 경감하는 특례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집단적 분쟁에 관해 사회적 의견을 반영한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집단소송 허가 결정이 있는 제1심 사건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법과 같이 배심원 평결이 법원을 기속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상액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과 같이 확정판결 후 분배된다.
집단소송법은 지난 2002년 전부 개정 민사소송법과 2018년 독일 폭스바겐 집단소송 특별법 등이 시행 당시 기존 사항에도 적용되도록 규정했던 사례를 참조해 피해 구제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법 시행 전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반사회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1년 3월 개정된 하도급법에서 도입된 이후 제조물책임법, 공정거래법 등 이미 약 20개 법률을 통해 국내에 수용된 상황이다.
하지만 분야별로 산발적으로 도입돼 있어 도입 여부에 따른 분야별 형평과 법률별로 적용 대상과 요건, 효과에 차이가 존재하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주로 이윤 추구의 영업 활동 과정에서 악의적 위법 행위의 유인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상거래 활동에 관한 일반법인 상법으로 도입됐다.
이번에 개정된 상법은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을 규정하며, 시행 후 최초로 행해진 행위로 인한 손해부터 적용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으로 효율적 피해 구제·예방이 이뤄지게 되고, 동시에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이 향상돼 공정한 경제 환경과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 기반이 함께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018년 12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소송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