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속적인 노사 갈등, 1년 단위의 노사 협상 등이 불확실성과 비용 상승을 확대하며, 결국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28일 한국산업연합포럼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8회 산업발전포럼 및 제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카젬 사장은 이날 ‘외투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한국 경쟁력 제고에 대한 제언’ 주제발표에서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비롯해 경제 상황, 노동 유연성 등이 투자 의사 결정의 핵심”이라며 “다른 주요 선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은 중요한 노동 관행들과 규제의 확실성 면에서 뒤쳐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 협상 주기에 있어 미국이 4년인데 비해 한국은 1년이며, 쟁의행위를 위한 문턱도 낮다”면서 “한국에서 겪게 되는 지속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패턴은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28일 국내 투자의 저해 요인으로 갈등적인 노사 관계 등을 꼽았다. 사진/한국지엠
이어 “노조 간부들의 짧은 임기로 인해 노사관계에 필요한 안정성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계약 근로자를 유연하게 사용해 변화하는 수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데, 국내는 규제의 변동성과 파견 근로자 사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정비용을 상승시키고 유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젬 사장은 한국이 외국인 투자에 있어 많은 강점을 갖췄지만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안정적인 경제, 엔지니어링 분야의 높은 전문성, 제조 능력 및 매우 경쟁력있는 공급 기반을 갖추고 있고 이는 투자를 유발하는 분명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글로벌 국가 경쟁력은 13위로 순위가 높았지만 생산시장과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각각 59위와 51위로 현저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면서 “특히 노동유연성 부문은 97위로 평가됐는데, 투자를 저해하는 불확실한 노동 정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카젬 사장은 “결론적으로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요인은 많지만 이것만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련한 문제들을 상회할 수 없다”면서 “중기적으로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언급됐던 과제들에 대한 인식과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허 카젬 사장이 28일 '외투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한국 경쟁력 제고에 대한 제언'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이후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자동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르노의 국제사업 경험으로 본 한국 경영·투자환경 국제비교 평가 및 제언’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르노그룹도 타격을 입었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야 한다”면서 “스페인 공장과 르노삼성 부산 공장을 비교하면 스페인 공장의 시간당 임금은 부산 공장의 62%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G7이나 OECD 회원국과는 달리 한국은 법인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외국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 한국은 최고 수준의 규제를 갖고 있으며, 특히 법인세(27.5%)는 OECD 평균(23.5%), G7 평균(27.2%)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이날 발표한 100인 이상 외국인 투자기업 155개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투 기업의 25.9%가 투자결정 시 잦은 정책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한다고 답변했다. 과도한 정부 규제는 24.9%로 뒤를 이었다. 노사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는 노사 간 소통부족(37.4%), 경영상황 고려 없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21.9%), 짧은 교섭주기(12.9%) 등이 꼽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