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는 재고가 부족해 감산을 하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다음달부터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인해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는 현재 2~6주분의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아이오닉5, EV6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사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다른 업체보다 재고 상황에 여유가 있었지만 수급난이 계속되면서 재고가 상당부분 소진되었을 것”이라면서 “양사가 다음달부터 전기차나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라인업 등 인기 차종 위주로 생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미주리주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이달 15일부터 생산을 멈췄던 미시간주 렌싱 공장의 가동중지 기간을 2주 연장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2월부터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줄였으며, 다음달에도 절반만 가동할 예정이다. 혼다는 이달 22일부터 29일까지 대부분의 북미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며, 토요타도 지난주부터 켄터키, 웨스트 버지니아, 멕시코 공장을 대상으로 감산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커넥티드카 등으로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 체계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XP와 인피니언 미국 텍사스 공장은 지난달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특히 인피니언 공장은 오는 6월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공장은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해 운영을 멈췄다. 르네사스 측은 화재로 인한 피해 복구에 최소 1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장은 단기간 내에 라인 증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자동차 업체들은 비상상황에 놓였으며, 반도체를 수급하기도 어렵지만 단가가 상승하면 결국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지만 하반기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천재지변으로 인한 악재로 인해 수급난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