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1일 거창한 행사를 열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와 임원 13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1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하반기 전략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특히 'ESG 경영 선포식'도 열렸다고 한다. 그룹 전체의 차원에서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204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상장계열사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고경영자 평가에도 ESG 성과를 반영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도 경영혁신실 산하에 ESG팀을 신설했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롯데는 204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과 친환경 기여 목표를 10년 단위로 설정해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 평가에도 ESG 경영성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ESG경영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어느 특정한 국가나 특정한 부문의 일시적 경향도 아니다. 국내외 기업과 금융사 등에 최대의 과제로 떠올라 있다. 이를 외면하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롯데그룹이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평가된다.
그런데 롯데그룹의 ESG는 과연 어떤 ESG인지 사실 알기 어렵다. 여전히 오염물질 배출 같은 불미스런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롯데케미칼은 최근에도 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조업정지 처분을 당했다.
지난달 30일 전남 여수발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의 불법 배출이 적발돼 전라남도로부터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공기를 섞어 배출하는 '가지 배출관'의 불법 설치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위탁폐수에 대한 운영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과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번 조치는 전라남도와 여수시,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등 3개 기관으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이 지난달 불시단속한 결과다. 불시단속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롯데케미칼에서는 최근 각종 사고가 잇따라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치르는 대가 아닌가 한다.
이 회사는 2019년 5월에도 여수 1공장 소각시설에서 암모니아가 기준치보다 11배 초과 배출했다는 이유로 개선 명령과 함께 초과배출 부과금 납부요구를 받았었다. 지난 1월에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여수공장 환경팀장과 직원이 벌금 7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은 바 있다.
이밖에 최근 몇 년 사이 울산과 대산공장에서 화재와 누출, 폭발 등 온갖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렇게 많은 사고가 그토록 자주 일어나니 정부 당국자들이나 인근 지역 주민들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롯데그룹의 ESG 경영강화 방침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그런 방침을 더욱 구체화하고 성과를 낸다면 롯데그룹 스스로를 위해서나 국가사회를 위해서나 유익한 일임에 틀림없다. 롯데케미칼이 5일 여수와 대산공장의 에틸렌 원료 효율화를 위해 1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그렇지만 시류에 한때 편승하다가 공염불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지배구조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롯데캐피탈과 롯데오토리스, 롯데 액셀러레이터 등 3개 금융사가 지주회사 밖에 남아 있다. 이들 금융사는 계열사들을 상대로 최근 1년동안 4253억원의 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조사결과 드러났다. GS와 CJ그룹도 비슷한 내부거래는 있었다. 그렇지만 롯데의 거래규모가 유독 크다. 이런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투명성과 타당성에 대한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적했다.
어쨌든 롯데그룹이 ESG경영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니,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우선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그것이 ESG경영을 향한 첫걸음이다. 첫걸음을 제대로 해야 앞으로 투자자나 소비자 혹은 채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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