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 3억2000만 독자가 읽은 명저. 대표작 ‘연금술사’의 한국어판 출간 20주년이 되는 올해 코엘료의 신간 ‘아처’가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전설적 궁사 ‘진’이 그에게 도전해온 이방인과 대결을 펼치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소년에게 활쏘기를 전하는 이야기다. 단순히 활 잘 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활을 은유 삼아 집중, 자세, 평정심, 유연함 등 삶의 전반적인 마음가짐과 지혜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처
파울로 코엘료 지음|김동성 그림|민은영 옮김
수년 전, 저자는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했다. ‘자기 자신을 말하기’. 누구나 출연할 수 있지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이를 테면,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을, 서점 주인은 서점을 쓸 수 없다. 일정한 단어를 ‘침묵’ 시킴으로써 저자는 ‘늘 하던 이야기, 늘 보던 자신’으로부터 탈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세월호, 9.11테러로 가족을 잃은 사람도 존재에 대해, 생에 대해 말한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지음|위고 펴냄
자본주의 사회에선 모든 것에 대한 값이 매겨진다. 보건 경제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생명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생명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가격표가 매겨진다. 그 가치 체계에는 상당한 불공정성과 한계점이 존재한다.” 젠더, 인종, 민족, 문화적 편견에 영향 받는 ‘생명 가격표’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두 대학생(한강과 평택항 사건) 죽음에 관심이 달랐던 이유, 특정 연령 대상의 코로나 치료를 포기하는 이유 등의 원리를 이해해볼 수 있다.
생명 가격표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연아람 옮김|민음사 펴냄
힙합을 좋아하고 틱톡에서 자신을 드러내길 즐긴다. 꼰대를 싫어하고 공정을 외치며 코딩도 능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현재 10~20대인 Z세대에 대해 저자는 “새로운 산업의 주도권을 이끌 것”이라고 예측한다. Z세대의 취향을 분석하는 것이 향후 기업의 생사를 결정지을 것이라 전망한다. 탈권위적인 윤여정과 박막례에 열광하는 현상부터 브레이브걸스 ‘롤린’ 역주행 뒤 숨은 청년들의 노력과 공정에 대한 갈망, 환경과 젠더 문제에 목소리 내는 모습 등을 살핀다.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김용섭 지음|퍼블리온 펴냄
100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그 실상을 담아낸 기록이다. 한국일보 기자인 저자들은 노동자들의 월급명세서 등을 분석해 다수 하청업체가 노동자에게 직접노무비를 전액 지불하지 않고 47~61%만 지불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노무비 중 39~53%는 중간에서 착복돼 대부분 하청업체 대표들 주머니로 가고 있다. 책은 이를 비롯해 346만명에 달하는 국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헤친다. 이들의 기자 선배이자 소설가인 김훈이 추천사를 썼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지음|글항아리 펴냄
저자의 등단 35주년을 맞은 올해 4월, 일본 현지에서 출간됐다. 소설은 33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과 이에 얽힌 인물들이 저마다의 진실을 좇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SNS 발달에 따른 가족 신상털기 등 사회적 논의들도 아우른다. 그간 SF와 의학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던 작가는 다시 ‘본류’ 사회파 추리소설로 돌아가 우리 시대 병폐와 복잡다단한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현대문학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