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이 외화자산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운용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상품에 투자하는 현 단계에서 외화자산 전체에 ESG 요소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 자산의 경우 외환 위탁운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도 함께 추진한다.
28일 한은은 '외화자산의 ESG 관련 투자현황'을 통해 올해 6월 말 기준 ESG 관련 주식 및 채권에 총 7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54억5000만 달러 대비 16억7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한은은 직접운용으로 채권에 46억7000만 달러, 위탁운용으로 주식 및 채권에 각각 12억2000만 달러와 12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ESG 투자란 투자의사 결정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해서도 외화자산의 안전성, 유동성, 수익성 요건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책임투자, 기후변화 대응 등 공적 책임투자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외화자산 운용목표인 안전성, 유동성, 수익성 요건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ESG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ESG 주식은 공적 책임 요구에 부응하고 외화자산의 안정적 운용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지난 2019년 12월 위탁운용자산을 통해 투자를 시작한 이후 그 규모를 넓혔다. ESG 투자가 위기 시 하방 위험이 제한되며, 글로벌 ESG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가 제기된 점도 한몫했다.
ESG 채권은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운용 기준에 포함된 채권을 직접 및 위탁운용 자산을 통해 꾸준히 매입해 왔다. 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 Initiative)에 따르면 ESG 채권 발행액은 △2015년 647억 달러 △2017년 1869억 달러 △2019년 3581억 달러 △2020년 6987억 달러로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외화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ESG 상품에 투자하는 현행 단계에서 앞으로 외화자산 전체에 ESG 요소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단계로 점진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초기에는 ESG 운용 전략 중 실행이 용이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ESG 관련 논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ESG 이슈로 인한 평판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외화자산 운용 프로세스 전반에 ESG 요소를 전면 적용하는 ESG 통합 전략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한은은 향후 단기적으로 외부의 객관적으로 이미 검증된 네거티브 스크리닝 인덱스를 활용하고, 네거티브 스크리닝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를 위탁자산을 통해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시범운용 평가 결과 등을 반영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적용 범위를 전체 위탁자산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2~3년 내에는 전체 외화자산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네거티브 스크리닝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성 위기 심화로 사회 전체적인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중앙은행 차원에서 ESG 운용 전략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8일 외화자산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운용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상품에 투자하는 현 단계에서 외화자산 전체에 ESG 요소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사진은 한 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