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석방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20일 "오전 12시20분쯤 피의자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불구속 방침이라기 보다 체포 시한 내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석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에 대한 체포시한은 이날 오전 5시쯤이다.
검찰은 지난 18일 오전 5시14분쯤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남 변호사를 체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날 늦은 오후쯤 청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데다가 법원으로부터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만큼 신병확보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핵심인물인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다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이날 구속기소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자신도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전날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 기각당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시한은 2일 늘어나 22일 만료된다.
다만, 검찰 관계자가 밝힌대로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수사가 방침이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개발 사업에 대한 특혜를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수익배당과 관련해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받는 유 전 본부장과 공범 관계라는 혐의도 있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2명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로비대상으로 삼았다는 인물들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상도 무소속 의원을 포함한 '50억 클럽' 6명의 실명을 폭로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인물 2명 중 1명을 곽 의원으로 의심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6~7년간 직원으로 근무한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지급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50억 클럽'자금으로 350억원이 필요하다고 해 자신이 마련해줬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영학 회계사가 녹음·녹취파일을 통해 주장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증거물들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박 의원이 폭로한 로비대상자는 6명인데 반해 남 변호사는 7명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여부에 따라 검찰의 향후 수사는 정반대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남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하면 한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김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도 힘이 붙을 전망이지만, 반대로 김씨에 이어 남 변호사에 대해서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수사 동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지난 18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검찰관계자들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