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12년 전 발생한 성폭행 사건 미수범으로, 최근 재판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육군 상사가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 방법 하나뿐”이라고 적은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A상사 변호인이 20일 <뉴스토마토>에 공개한 유서에서 그는 “피의자 신문이 의미가 없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과 (내가 하지 않았다는) 각종 증거 역시 기각하고, 며칠 몇 개월 견딜 자신이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군 검찰은) 대질신문도 안 하고 사진도 안 보고 신체감정도 안 하고, 아무리 제가 하지 않았다고 외쳐도 답은 정해져 있다”며 “하루하루 인권도 없는 곳에서 가족도 못 보고 지옥 같은 곳에서 이제 그만 제가 스스로 무죄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제가 하지 않은 일로 저의 가족과 제 삶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말도 남겼다. 이 유서는 극단적 선택 전 A상사가 변호인 앞으로 남긴 유서다. 그는 가족에게도 유서를 남겼으나 이는 공개되지 않았다.
A상사는 지난 4월 10일 오후 11시쯤 경북의 한 여군 장교 영외 숙소에 침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군사경찰 조사 과정에서 2009년 9월 20일 충남의 한 군인아파트에서 발생한 강도 성폭행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사람의 DNA가 A상사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상사는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의 가해자로 기소됐다.
군 검찰은 A상사가 2009년 9월20일 오전 8시20분쯤 여군 장교 거주지에 복면을 쓰고 침입해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한 뒤 재물 강취와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실패하자 피해자를 수차례 구타한 뒤 도주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약 3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상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DNA 오류 가능성이 있다며 재감정을 신청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냈으나 모두 기각됐다.
육군 모 부대 소속 A상사는 대구 군 미결 수용시설에 수감 중이던 전날 오후 5시41분쯤 샤워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수용시설 의무관이 상태를 확인한 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8시59분쯤 사망했다. A상사는 이날 오후 육군 교육사령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육군은 A상사가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점으로 미뤄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재판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육군 모 부대 소속 A상사가 변호인에게 남긴 유서. 제공/변호인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