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방통위)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역할과 공적 책무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신료 조정을 위해서는 KBS의 경영혁신 노력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뉴시스
방통위는 29일 제59차 전체회의를 열고 KBS가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심의·의결했다. KBS는 지난 7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방통위에 제출한 바 있다.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에 앞서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활성화와 민간제작 부문의 성장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합한 공영 방송의 기능화 역할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의견서에 "KBS가 제시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미래 위상과 역할, 중장기 재정수지 전망 및 공적 책무 확대 사업 등이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신료와 관련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지적됐다. 방통위는 의견서에 "회계분리제도 등 수신료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 국민이 수신료의 쓰임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서는 이어 "수신료 조정안의 작성과 제출, 처리 등 절차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임위원들 모두 40년간 동결된 KBS 수신료가 현실화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지만,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 등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 많다고 했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경영혁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위원은 "국민으로부터 받는 수신료 6700여 억원 중 1500억원이 직책없는 인력에 가는 셈"이라며 "방만 경영의 시작과 끝인 고임금 무보직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형환 상임위원도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재원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산정 방법과 주기를 법제화해 정쟁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KBS의 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제출 기일은 오는 오는 1월7일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수신료가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모든 위원이 공감하는 것 같지만, 시행 시기나 방법에 의견차가 있다"며 "국민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투명성 제고, 적극적인 개혁과 자구 노력 등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KBS의 수신료 조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승인이 필요하다. KBS는 앞서 지난 2007년·2011년·2014년에도 수신료 조정안을 국회에 상정한 바 있으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