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사모펀드 불법투자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오전 업무방해·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2대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에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동양대 측이 각 PC를 2016년 12월경 이후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는 한편 이를 공용PC로 사용하거나 임의처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당시 동양대 측이 포괄적인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교수가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정보주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참여권이 보장됐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각 PC에서 추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입시비리 혐의 입증을 위해 동양대 휴게실에서 압수한 PC 등이 위법한 증거라는 취지의 정 전 교수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한 휴대전화 등을 탐색하거나 복제 및 출력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피의자가 소유한 휴대전화를 피해자가 임의 제출했는데 피의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포렌식은 위법하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정 전 교수가 동양대 PC 압수수색에 관한 실질적인 피압수자에 해당되지 않아 참여권까지 보장될 필요는 없으므로 대법 전합 판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해당 PC 증거능력을 인정해 이를 근거로 정 전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우선 1심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7가지 혐의와 사모펀드 관련 일부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도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딸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으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2차 전지업체 WFM 12만주 중 10만주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매수했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해당 10만주 매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1심에서 5억원이었던 벌금과 1억3800만원 규모 추징금은 2심에서 각각 5000만원, 1061만원으로 줄었다.
이후 정 전 교수는 지난 10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날 실형이 확정되면서 보석 신청도 기각됐다.
정 전 교수는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및 공주대, 단국대 등 인턴 경력 서류를 자녀 입시에 활용해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로부터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이용해 차명으로 7억13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 등도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20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