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세계화에 찬반양론이 뜨거운 것은 1000년 전과 오늘이 마찬가지다. 카이로와 콘스탄티노플, 광저우에서 분노한 군중이 최초 반 세계화 폭동은 오늘날 미국 등 선진국이 자국의 문을 걸어 잠그는 현상과 닮아 있다. 오늘날 종교 신자의 92퍼센트는 1000년 전 확립된 4대 종교(이슬람, 기독교, 힌두교, 불교) 중 한가지를 믿는다. 예일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지난 1000년 전의 질문들을 오늘날 세계와 겹쳐내며 인류가 남긴 유산으로부터 배울 점들을 짚어준다.
1000년
발레리 한센 지음|이순호 옮김|민음사 펴냄
저자는 로스쿨 재학 중 의료사고로 실명, 시각장애인이 됐으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법관이 됐다. 인생이 흔들리는 순간 절망 대신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결단,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도전은 삶을 새롭게 살게 해줬다. “저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겠죠.” 쇼다운 국가대표 선수로 세계선수권 대회도 나가고 넷플릭스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듣는다. 무너진 일상이 준 것은 작고 소소한 성취들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뭐든 해 봐요
김동현 지음|콘택트 펴냄
흑인 여성 SF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가 30년 전에 쓴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된 2024년을 배경으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초공감자’ 주인공 로런의 이야기는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우리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견 평온해보이는 폐쇄적 공동체의 삶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혐오와 배제 논리로 움직이는 고통 가득한 세상을 로런은 헤쳐간다. 가치를 재조명 받아 2020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작에 올랐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장성주 옮김|비채 펴냄
여러 캐릭터를 거쳐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은 자정 직전 신데렐라 같은 기분일까. 대한민국 배우 10명이 인간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고찰하고 말하는 인터뷰 모음집이다. 고두심이 “연기는 살아내는 거더라, 살아내는 거야” 얘기하고 박정민이 “캐릭터를 내 몸에 붙이기 위해 공부처럼 ‘엉덩이 싸움’(오래 앉아있기)을 해봤다”고 말한다. 배우들 각자가 애정 하는 공간, 극장과 만화방, 제주도, 물리치료실에서 일과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거리들을 나눈다.
배우의 방
정시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가 한 가운데 중고상점은 감정 서비스까지 진행한다. 개업한 지 2년 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손때 묻은 물건들을 가져오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털어놓는다. 당장 눈 앞의 이득을 좇기보다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사려 깊은 마음을 건네는 이 곳은 위로와 환대의 공간으로 탈바꿈해간다. 2011년 국내 출간됐던 소설은 10년여 만에 재출간으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김은모 옮김|놀 펴냄
뮤지컬에서는 왜 배우가 대사를 하다가 노래를 하고 춤을 출까. 뮤지컬 음악을 왜 넘버라 부를까. 책은 뮤지컬 입문자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안내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 취향에 맞는 작품 선택부터 좌석을 선택하고 음악과 배우의 연기를 즐기며 마지막 커튼콜에서 박수를 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소개한다. 문화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쉽게 다가가게 할 수 있는 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일환으로 출간됐다. 그간 클래식, 판소리 등에 대한 책들도 내왔다.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황조교(황정후) 지음|초록비책공방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