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그룹의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측은 지난 2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0년전 ‘노조와해 시도’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달 초에는 노조가 노사협의회를 고발하며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노사 대립은 2012년부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은 2013년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문건에는 '노사협의회 위상 제고의 중요성', '유사시 노사협의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전략적 육성·활용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사협의회 사원 대표가 법적 대표성을 확보할 경우 전직원 50% 동의 없이 사원 대표와의 합의만으로 새로운 제도 도입 및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또 문건에는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해 노사협의회를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기록돼 있다. 금속노조가 단체교섭 등을 요구할 경우 직선제 투표로 선출된 현행 노사협의회를 노조로 전환 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활용, 교섭권을 확보해 노조 전환에 따른 어용노조 시비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2012 노사 전략 문건 일부 발췌.
해당 문건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열린 강경훈 전 부사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의 '업무방해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서범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해당 문건이 증거로 채택돼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 것"이라며 "최근에도 삼성 노사협의회 활동이 노동조합에 실질적으로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사용자가 이를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데 사측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들이 어용노조 설립신고서 작성과 어용노조의 한국노총 가입을 지시하고 어용노조 위원장을 직접 낙점해 언론 대응 교육을 시킨 것으로 조사했다고 판시했다. 또 어용노조를 이용해 조씨 등이 만든 삼성 노조가 단체협약 체결 요구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등 노조 활동을 지배했다고 봤다.
삼성그룹 노조는 현재 2012년과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치권, 시민단체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규탄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철폐한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으나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삼성의 노조탄압 시도가 전체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2 노사 전략 문건 일부 발췌.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2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인상률 결정은 불법이라며 사측을 고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청 조사는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삼성화재에서는 노노 갈등까지 불거지는 모습이다. 삼성화재 평협 노조는 삼성화재노조와 대표 노조 자리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1987년부터 삼성화재 사우회였던 '평사원협의회'가 모태로 지난해 3월 노조로 출범했다. 법원은 1심에서 삼성화재노조, 2심에서 평협 노조의 손을 들어줬으며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다. 삼성화재 노조는 평협 노조가 어용 노조라고 주장중이다.
노조측은 삼성그룹이 노사협의회 활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상훈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조연대 의장은 "삼성전자, 웰스토리, 에스원, 삼성SDI, 애니카손사 등등은 노사협의회가 결정하고 통보하고 있다"며 "결국은 노사협의회는 사실 노동조합에 근로자참여법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권한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돼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가입된 조합원 수는 지난 4일 기준으로 6000명을 넘었다. 이는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던 2월 초 당시 4500여명에서 약 33% 늘어난 수치다. 특히 조합원 수가 5000명을 넘은 지난달 29일 이후 약 1000명이 증가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