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거래 금지 등 ‘맞불’ 조치에 따라 에너지 갈등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국제관계를 둘러싼 리스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종합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공개한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규제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총 에너지 소비량 중 57.5%를 수입하는 EU의 대러시아 수입의존도는 지난 2020년 기준 석유 26.9%, 석탄 46.7%, 천연가스 41.1%로 수입국 중 가장 높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1일 폴란드·독일·영국 등 세계 31개 제재 대상기관에 대한 금융거래·입항 등을 금지하는 특별경제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고위 관료에 대한 자산 동결, 러시아 중앙은행과의 거래 금지 등 EU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데 대한 맞불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 가스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 운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유럽의 지하 가스 저장시설(USG)에 러시아산 가스 저장이 금지되는 등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와 EU가 현재까지 상호간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보이는 만큼, EU의 ‘탈러시아’ 에너지 정책이 점차 가속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 흐름이 급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도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새 에너지 수출 판로 확보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어 향후 국제 에너지 갈등·전환 등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KIEP 측의 설명이다.
민지영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러시아유라시아팀 전문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EU와 러시아 간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EU는 탈탄소 및 탈러시아 정책 강화를, 러시아는 대아시아 수출 확대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국제관계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은 서방과 러시아 간 에너지 갈등 확산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24일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규제조치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시장 내 수급 변화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은 볼로베츠 가스관의 모습.(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