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이언스 '오버행' 물량 폭탄 터지나

소각되지 않고 재매각 된 CB…돌고 돌아 물량 폭탄
발행주식 30% 주식전환 대기…오버행 주의
"CB 재매각, 소액주주 피해…세력 악용 우려도"

입력 : 2023-03-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된 테라사이언스(073640)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앞서 타법인취득 등을 위해 34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주가상승과 함께 주식전환 등이 이어지고 있어섭니다. 여기에 채무상환을 위한 교환사채(EB) 발행까지 진행하면서 전체발행주식의 30%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쏟아지는 신주…재매각 CB 결국 물량 폭탄으로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는 올해 총 813주2520주의 신주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작년 말 기준 발행주식총수(8348만1280주)의 9.74%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762만3615주가 CB 주식전환청구를 통해 발행됐으며 50만8905주는 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됐습니다.
 
앞서 테라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240억원 규모의 CB(14~16회차)를 발행했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콜옵션과 풋옵션을 활용해 CB를 만기 전에 상환해왔는데요. CB 대부분이 상환됐지만, 소각되지 않고 모두 재매각 처리됐습니다. CB 상환에도 오버행 부담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거죠.
 
테라사이언스 CB의 주식전환은 대부분은 ‘만기 전 사채취득→재매각→주식전환’의 순서로 이뤄졌는데요. 취득 후 재매각된 CB들의 경우 여러 투자자들에게 나눠서 매각되면서 대량보유 보고(5%룰)를 벗어났습니다.
 
14회차 CB는 100억원 중 97억5000만원을 만기 전 상환했으나, 6차례에 걸쳐 전량이 재매각 됐습니다. 15회차 180억원 규모 CB 역시 97억원을 만기 전 상환했으나, 5차례에 걸쳐 모두 재매각 됐죠. 재매각된 CB는 언제든 지분공시를 피해 주식전환이 가능합니다.
 
각 회차별로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물량은 14회 CB 44억원(전환가액 1465원), 15회 CB 82억원(1804원), 16회차 CB 60억원(1548원)입니다. 이중 14~15회차 CB는 현재 주식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16회차 CB 역시 올해 8월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잔여 CB와 올해 주식전환 된 물량을 더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22.05%에 달합니다. 테라사이언스의 전일 종가는 2285원으로 수익 실현이 가능한 잔여 CB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B 물량도 다량…발행주식 30% 풀린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장 발행된 CB 외에도 향후 시장에 출회될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채무상환을 위한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는데요. 올해 발행된 신주와 함께 향후 주식전환이 가능한 물량은 발행주식총수의 30.03%에 달합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중장비, 산업용차량, 농업용 기계 등에 쓰이는 관이음쇠(파이프, 호스 연결부품)를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그간 본업부진으로 영업손실을 이어왔는데요.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재무상황이 악화됐음에도 테라사이언스는 지난해 134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습니다. 매입한 주식은 총 608만6951주로 발행주식의 6.86%에 달했죠. 회사에 자금이 남아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21년 시도했던 타법인 취득을 철회하면서 자사주를 취득하게 됐죠.
 
당시 테라사이언스는 미니LED부품 등을 만드는 CLS코리아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23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는데요. 이후 CLS코리아 인수가 철회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미수금(140억원)이 남았죠. 당시 CLS코리아 경영진은 테라사이언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140억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했는데 이 주식을 테라사이언스에 넘기면서 미수금을 상환처리 했습니다.
 
결국 테라사이언스는 지분 6.86%의 자사주를 획득했고 이 자사주는 148억원 규모의 EB로 발행됩니다. CB뿐만 아니라 자사주 역시 소각이 아닌 재매각에 활용된 거죠. EB는 오는 24일 납입이 완료되면 3개월 후인 6월24일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해집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를 상환하고 나서 재매각한다는 것은 회사에 여윳돈이 없다는 의미”라면서 “결국 재매각된 CB는 주식으로 전환되고 일반 소액투자자들에겐 물량 부담이 남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되자 잦은 CB 손바뀜
 
일각에선 테라사이언스의 CB가 최대주주나 특정세력의 자금 확보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테라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된 씨디에스홀딩스의 경영진은 현재 거래가 정지 된 휴센텍(215090)의 경영진들과 면면이 겹치는데요.
 
지서현 휴센텍(전 이디티) 부회장이 씨디에스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있고, 황봉하 휴센텍 상무가 씨디에스홀딩스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휴센텍은 지난 2021년 리튬 관련주로 언급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후 대표이사 등이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으며 주식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최근 테라사이언스 14회차 CB 26억5000만원을 인수한 포도인베스트먼트는 CB인수와 동시에 모든 물량을 주식으로 전환했는데요. 포도인베스트먼트 대표인 김 모씨는 리튬 관련 기업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라사이언스의 경우 최주주주 변경과 함께 CB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최대주주 등 특정 세력의 자금 확보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토마토>는 테라사이언스에 씨디에스홀딩스의 투자 등과 관련한 재매각 CB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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