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원전. 사진=한수원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 산업계가 미국에 적극 투자하며 정부도 우호적 외교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한쪽에선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며 찬물을 끼얹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수출을 미국 정부에 신고했으나 반려됐습니다. 특정 원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하는데 허가를 못받은 것입니다.
지난 1월19일 한수원에 보낸 답신에서 신고를 반려한 게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신고주체가 미국 기업이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해법을 찾기 위해 접촉했으나 양사는 소송 중입니다. 한국형 원전이 한국 독자 기술인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주장한 것입니다.
최근 반도체 등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수출산업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원전수출이 무역적자를 줄일 해법 중 하나였지만 막막합니다. 원전 수출은 한수원을 비롯해 원천기술을 가진 두산그룹 등 민간 기업들의 생태계 복원이 달린 현안이라 더욱 절실합니다. 현대차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도 IRA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자국 실속만 챙기는 바이든정부의 야속한 행태도 업계에서 지탄받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IRA 협상에서 일본에 특혜를 주며 상대적으로 한국에 불이익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IRA 배터리 소재 규정은 한중일 3국 중 유일한 미국 FTA 체결 국가인 한국에 유리했는데 일본에 FTA 체결에 준하는 혜택을 준 것입니다. 일본과 배터리 수출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로선 외교 때문에 판매 물량이 줄어들 수 있는 이슈입니다.
미국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외교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불이익을 안긴 통상현안은 계속됩니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부터 반도체 지원법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을 접수받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적대국가인 중국 등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고 가격, 수율 등 영업비밀 공개를 요구받는 조건이 부담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달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됐지만 지금까지 실속만 챙겨온 바이든정부의 기조대로 이번에도 외교실익이 없을까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과 통상 현안 중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에 준하는 수출 쿼터 제한을 받는 국내 철강업계의 문제도 해결될 기약 없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