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과 의견을 모은 결과 내년 상반기에 투자심리가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회복시기를 예상한 것입니다.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최근 벤처투자 동향 및 전망' 기자설명회에서 벤처투자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지 중기부 추자관리감독과장, 이 대표,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 이준희 중기부 벤처투자과장. (사진=변소인 기자)
중기부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벤처투자 동향 및 전망'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날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을 비롯해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발표를 맡은 이 벤처정책관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투자심리가 급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회수시장 활성화, 딥테크 기업 육성, 규제개혁 등이 병행될 경우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벤처투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선방을 하고 있다. 오히려 벤처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2024년 상반기부터 투자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올해 경기 '상저하고'를 전망한 것과 다소 거리가 있는 전망입니다.
올해 1분기 벤처 실적에 대해서는 "가집계가 된 실적을 살펴보면 훌륭한 수준은 아니지만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다. 2021년과 2022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1분기 투자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9년, 2020년과 비교하면 나쁜 실적은 아니다"라고 예고했습니다. 중기부는 오는 17일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을 공개하고, 20일 창업벤처기업 자금지원과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합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VC 투자심사역들과 간담회를 열고 시장 위축 요인과 투자심리 회복 요건, 투자심리 회복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VC 관계자 다수는 거시경제 회복이 기대되는 2024년 상반기에 투자심리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2024년 하반기, 올해 하반기 순으로 회복시기를 예측했습니다. 당초 정부가 주장한 올해 하반기 회복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함께하는 VC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셈입니다.
VC 관계자들은 투자심리 회복 요건으로는 △금융시장 안정 △유망기업 성장지원 강화 △회수시장 활성화를 꼽았습니다. 이들은 정부에 △유망 스타트업 선별 지원 △신기술 규제 개선 △다양한 투자방식 도입·활성화(벤처대출·조건부지분전환계약 등) △세컨더리 펀드 등 회수시장 활성화 지원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지원 프로그램 확대 △민간 모펀드 조성 △글로벌 자본 유치 확대 등을 건의했습니다.
VC 관계자들의 투자 회복시기 전망에 대해 임 실장은 "VC 관계자들이 했던 내용을 그대로 전하면 벤처투자가 마지막으로 활발했던 시기가 2022년 5월까지다. 그때 투자받았던 회사들이 아직 다시 펀드레이징을 받기 위해 투자시장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통상 1년~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펀드레이징을 해야 하는데 이들 기업에 다시 투자하는 시기가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이기 때문에 그때쯤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벤처 과잉투자 등 거품을 오히려 부채질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 있었고 버블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버블이 있기 때문에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었다. 좋은 인재들이 창업을 하면서 좋은 기술이 개발됐고 한국 벤처생태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나왔다. 이번 위기도 단단하게 넘어가면 더 좋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한편, 중기부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벤처투자 통계도 고도화합니다. 그동안 중기부는 창업투자회사, 벤처투자조합만 투자자로 놓고 벤처투자액과 펀드결성규모를 공개했습니다. 민간에서는 창업투자회사와 벤처투자조합 외에도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도 더해 집계해 왔습니다. 중기부는 앞으로 여신금융협회로부터 분기별로 자료를 받아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정책금융기관, 벤처캐피탈 자회사(CVC)도 포함해 좀 더 정확한 통계를 내놓을 방침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