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법무부, 인사검증 성적표 낙제점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후에도 2명 자진사퇴, 1명 임명동의안 부결
‘투명성’ 강조 취지 무색…국회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
“과거 민정수석 권한 갖겠다는 의도서 출발해 실패한 정책된 것”

입력 : 2023-11-24 오후 4:47:32
 
 
[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며 2022년 6월7일 출범한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하지만 지난 17개월간 인사정보관리단이 보인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의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전과 비교해 인사 검증이 나아진 점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됐다는 비아냥이 쏟아집니다. 계속되는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후에도 인사참사 이어져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5월 취임과 동시에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습니다. 이어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을 추진했습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행하던 인사 검증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분산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 공직자 후보자는 25명이었습니다. 이 중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10명, 자진 사퇴한 사례는 3명(김인철, 정호영, 김승희)입니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이후에도 나아진 점은 없습니다.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 공직자 후보자는 18명으로 조사됐는데, 9명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로 임명이 강행됐습니다. 자진해서 사퇴한 사례는 2명(송옥렬, 김행)이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건 1명(이균용)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성희롱·재산 미신고·자녀 학폭 등 논란의 연속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이후 낙마한 후보자 중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청문회장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공동 창업한 업체 관련 ‘주식 파킹’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직후 업체 주식을 시누이 등에 매각했다가 퇴임 후 다시 사들였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10억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본인과 가족이 갖고 있으면서도 재산 신고를 하지 않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습니다. 그는 “법이 바뀌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
 
임명이 강행된 인물들도 논란이 많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교육업체와 이해충돌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극우 집회에서 군사 쿠데타와 친일 행위를 옹호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과 언론 통제 의혹을 받는 데다가 아들의 학폭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은 자녀의 학교폭력과 그 대응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났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투명성 강조하더니…베일에 싸인 인사정보관리단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할 때 한동훈 장관은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정치적 득실의 영향하에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과거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킴으로써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일체의 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몇 명의 후보자를 검증했는지, 결과는 어떠했는지, 인력 운용과 현황 등 알려진 게 없습니다.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검증하고자 국회가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거부했습니다. 투명성을 강조한 설립 취지가 무색합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인사검증에는 번번이 실패하고 불투명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한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과거 정부에서 인사검증을 주도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부터 인사검증시스템 개선보다는 법무부 장관이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권한을 갖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하다 보니 결국 실패한 정책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한 장관은 ‘(인사검증 실패가) 더 심할 경우엔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져야 할 상황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면서 “바로 지금이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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