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다음 달 앞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선고에 이목이 쏠립니다. '실질적 수행자' 역할을 했던 임 전 차장의 선고에선 일부 유죄 판결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부장판사)는 2월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엽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건 심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1부(이종민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재판에 개입할 직무 권한은 없기 때문에 이를 남용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직권 남용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임 전 차장의 일부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이라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과 달리 임 전 차장의 경우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재판개입 등 유죄 가능성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탄압 관련 직권남용 혐의가 일부 성립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임 전 차장이 심의관에게 지시해 인사모 와해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거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하도록 유도한 것에 대해 직권을 남용해 법관의 표현·연구의 자유를 침해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겁니다.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이 헌법재판소가 한 통진당 소속 의원직 상실 결정에 대해 법원이 다시 심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을 한 것에 대한 비판 보고서 작성을 사법정책실 심의관에게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이 성립된다고 봤습니다.
같은 해 서기호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 행정소송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재판부에 '기일 진행' 의견을 제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전 단계인 임 전 차장의 재판 개입 관련 일부 혐의는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재판부가 다르기 때문에 달리 판단할 수 있지만, 임 전 차장의 일부 혐의가 인정된 만큼 주목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은 모두 14명입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선고까지 나오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모두 마무리됩니다.
이들 중 현재까지 유죄를 받은 이들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뿐입니다.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냈고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을 심리중입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건 1심 24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