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도 세입자도 '울상'…'깡통전세' 시한폭탄

전세·매매 가격차 좁혀져…세입자 불안 가중
정부 대책도 현장 체감과는 '괴리'…부담은 세입자 몫

입력 : 2024-04-17 오후 5:01:44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전세기한이 만료됐는데도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했다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요. 이사 일정도 문제인 데다, 보증금이 혹시 떼일까 걱정입니다."(세입자 김모씨)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이른바 '깡통전세'도 늘고 있습니다. 세입자는 이사를 해야 하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실정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사고 금액이 지난해에만 43조3347억에 달할 정도로 심각성이 큽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해 전세에서 월세로 내려앉은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악성 임대인으로 전락한 집주인 모두 '출구'가 보이질 않습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효과를 느끼지 못 합니다.
 
매매가-전세가 평균 격차 4000만원대로…깡통전세 우려 급증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이 다시 오르는 추세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전세가격은 상승하는 추세가 장기간 겹친 것이 원인입니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4.3%로, 작년 7월21일 5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의 평균 격차도 줄었습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격차가 1억원을 상회했지만 4분기 5000만원 대로 좁혀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4332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곧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를 낳습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를 넘는 깡통전세 비율도 작년 1분기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분기별 아파트 매매-전세 평균거래가격차이 (그래프=뉴스토마토)
 
안전장치인 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진 것도 전세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시가격의 1.5배까지 가능하던 보증 한도를 지난해 5월부터 1.26배로 낮췄습니다. 가뜩이나 보증보험을 필수로 드는 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증 한도가 낮아지면서 임대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충분치 않게 된 겁니다.
 
게다가 정부가 임대인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지난해 7월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의 대출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대출까지 이어지기엔 은행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게 집주인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 임대인은 "빌라의 경우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누가 악성 임대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겠나. 가진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을 돌려주려 해도 등록 말소도 어렵고 빌라는 매매시장에서 인기도 없어 진퇴양난"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분기별 아파트 깡통전세 거래비중 (그래프=뉴스토마토)
 
부담은 세입자 몫…불안 잠재울 실효적 대책 절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에스크로(Escrow·결제대금 예치)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립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 성사로 마무리되는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는 에스크로 방식도 가능하지만 전세계약은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지는 맹점이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의 장점은 전세금이라는 목돈을 받아 운영하기 위함인데 에스크로 방식은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역시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HUG는 지난해 12월 말 악성 임대인 명단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4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HUG 안심전세포털'에서 확인 가능한 악성 임대인은 29명에 불과합니다. HUG 측은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전국의 모든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도입 취지가 사라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부담은 세입자 몫이 됐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예비 임차인들 스스로 계약할 주택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등을 열람해 저당권 여부를 파악하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대항력을 갖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지방 소도시 중심으로 깡통전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시점"이라며 "일부 주택의 경우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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