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이른바 '부자 감세'가 역대급 세수 펑크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7조원에 이르면서 재정 위기론에 불씨를 댕겼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9%로, 애초 정부가 공언한 2.6%를 상회하면서 건전재정은 사실상 공염불로 전락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등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이 맞물린 결과이지만, 정부발 부자 감세 정책도 텅 빈 나라곳간에 한몫했습니다. 실제 현 정부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법인세 감면 확대를 비롯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책을 시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 하에서 조세재정 정책의 거대한 퇴행이 일어났다"며 "본격적인 증세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역대급 세수 펑크…비어가는 나라곳간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6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습니다. 정권 출범 후 2년 연속 세수 펑크를 낸 것은 과거 박근혜 정부 이후 9년 만이었는데요.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1분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64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일시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사회보장성기금수지(10조6000억원)을 추가로 차감하면 실질적인 나라살림 수준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5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습니다. 1분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수준입니다.
세수 감소는 대기업 법인세로 대표되는 '부자 감세'가 견인하고 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열린 '22대 국회 조세·재정분야 입법 방향 모색 국회 토론회'에서 "역대급 세수 결손은 부자 감세, 코로나 과세이연, 경기부진의 종합적 영향"이라며 "현재의 한국 상황과 맞지 않는 감세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이익을 주는 감세로 복지와 지출이 줄어들고 조세·재정 정책의 커다란 퇴행이 일어났다는 지적입니다.
또 정 교수는 "양극화 상황에서 대주주, 대기업, 고자산 계층 감세는 조세 정의에 맞지 않다"며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 계층의 세 부담이 많아야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지=연합뉴스)
"대안은 보편적 누진증세·목적세"
대안으로는 '보편적 누진증세'가 제시됐습니다. 현재 일부로 쏠린 세부담을 해소해 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하고, 능력에 따라 세부담에 차등을 둔다는 의미입니다. 소득세와 자산세 중심의 세입확충을 기반으로 고용,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서 재정 지출 증가에 따라 소비 과세의 확충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낮춤과 동시에 전 구간에서 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 과표구간 하향과 세율 구조를 단순화해 최저~최고 세율 사이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사회 복지 목적세 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는데요. 정세은 교수는 "일반재원으로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복지지출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상증세,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자는 주장보다 복지지출을 위해 복지세를 제정하고 복지국가로 나아가자는 의견이 증세에서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150억원 넘는 자산을 가진 상위 0.1% 최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1%를 거두면 지금 당장이라도 25조원을 더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2대 총선이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승리로 끝난 만큼 국회에서 증세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제22대 국회 조세·재정 분야 입법 방향 모색 세미나도 김상훈 국민의힘·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세무사 모임'·'참여연대'와 함께 개최했는데요. 이날 참석한 안도걸 민주당 당선인은 "양극화를 감안해 보편적 세율을 조정한 세수 증대 효과와 증세에 대한 수용성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정부의 지나친 긴축에 따른 재정 역할 감소가 내수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내수 악화가 세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의 시작은 정부의 재정 지출 감소"라며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각종 감세 조치로 오는 2028년까지 총 89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22대 국회 조세·재정분야 입법 방향 모색 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