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DL이앤씨, 6000억원 묶인 '오산 랜드마크'…첫 삽은 언제 쯤

개발 자회사에 6130억원 단기 차입 지원
2010년 설립 이후 14년째 표류…현재 인허가 논의 중
대규모 자금 투입에도 DL이앤씨 재무건전성은 '우수'

입력 : 2024-07-03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7: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10년 이상 표류한 DL이앤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오산 랜드마크’가 여전히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개발을 맡은 자회사는 불어난 금융비용 탓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음에도 DL이앤씨가 존속을 위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14년째 표류 중인 ‘오산 랜드마크’…쌓여가는 금융비용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자회사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대한 110억원 대여를 의결했다. 해당 이사회에서는 100억원 미만 대여금 총 216억원의 만기 연장 건도 별도 안건으로 처리했다. 회사는 지난 3월에도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대한 사업비 대여금 1975억원의 만기를 연장했다. 이날까지 DL이앤씨가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게 빌려준 대여금 총액은 6130억원에 달한다.
 
2010년 12월 설립된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경기 오산시 양산동 580번지 일원 사업부지 개발을 맡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다. 아파트 7000여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해 분양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이 자회사의 우선주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금융사인 오에스홈이 우선주 19%, 신영증권과 하나자산신탁이 각각 5%씩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설립 이후 14년째 미착공 프로젝트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포함된 경기 오산 세마지구 개발사업은 진행 과정에서 수 차례 암초를 만났다.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와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당초 지난 2015년까지 이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같은 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일대에 7400가구 규모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분양이 본격 시작되면서 오산 프로젝트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문화재청이 이 부지의 문화재 현상변경을, 교육청은 학교수용계획을 각각 불허하며 개발이 잠정 연기됐다. 3년 뒤인 2018년 오산시가 세마지구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지정을 결정했으나, 건축심의 단계에서 부결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오산시와 인·허가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자체 인·허가 이외에도 수도권 분양시장 상황 등 사업 추진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정확한 개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완전자본잠식에 ‘자금 블랙홀’…DL이앤씨 체력은 ‘충분’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설립 당시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지난 2010년 별도 기준 회사의 자본총계는 38억원, 부채총계는 1100억원이었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자본총계는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4561억원, 부채총계는 8670억원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는 ‘개점휴업’ 상태인 동시에 매년 DL이앤씨 등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진행한 탓에 금융비용 지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의 부채총계는 8670억원인데 이 중 단기차입금이 7053억원, 미지급비용이 1617억원이다. 단기차입금 가운데 모회사인 DL이앤씨로부터 빌린 금액이 6005억원으로 가장 많다. 감사보고서 작성일 이후 DL이앤씨에게 125억원을 더 차입하며 이날 기준 6130억원에 달한다. 이어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의 특수목적법인(SPC) 유니버스오산에게 530억원, IBK연금보험에 200억원, 세마알파로부터 318억원을 단기차입했다.
 
이처럼 계속된 차입에 금융비용은 매년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 별도 기준 이자비용은 299억원, 지난해에는 328억원이 지출됐다. 이에 △2020년 618억원 △2021년 355억원 △2022년 506억원 △2023년 64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기록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장기간 투입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사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매우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다”라며 “향후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투입 자금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DL이앤씨의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2445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874억원으로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102.3%, 총차입금의존도는 13.5%로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 중이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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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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