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공포)③"출산 안 하는 진짜 이유요?…정부·국회만 모릅니다"

정부 최우선 순위 '저출생 대응'…20·30대엔 '낙제점'

입력 : 2024-07-01 오후 5:47:1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돈이 필요하다니까 찔끔. 휴직이 필요하다니까 찔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급하게 문제만 틀어막는 것 같아요."(20대 여성)
 
시민들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반전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아이 절대 낳지 않겠다"1순위는 결국 '돈'
 
1일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 대학가를 찾아, 시민들에게 출생률을 높일 방안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절대 아이는 낳지 않을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고 "무엇보다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며 얼굴을 붉히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은 "정부가 뭔가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조건을 까다롭게 정하고 있어 바로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건이라는 게 있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대폭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내 인생 챙기기도 벅차서 아이는 절대 낳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캠퍼스에서 만난 또 다른 20대 여성은 "양육비에 정말 많은 돈을 쓰는데 정책은 그 양육비의 1% 정도밖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대학교 응원단 활동 중이던 20대 남성 역시 결혼·출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돈'을 꼽았습니다. 그는 "경제적 부담이 큰데, 그걸 해결해 줄 만큼의 정책이 없다"고 평했습니다.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은 연세대학교 앞. (사진=뉴스토마토)
 
"결혼해도 대출 갚느라출산 엄두 못 낸다"
 
문과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은 결혼·출산 가구에 정책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해 주는 정부 대책을 두고 "출생률에 간접적인 영향밖에 주지 못할 것"이라며 "결혼·출산은 주거 문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캠퍼스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집값 안정'을 꼽았습니다. 그는 "결혼에 앞서 '집'이 가장 걱정된다. 출근지를 고려하면 서울에 살고 싶지만, 집값 때문에 망설여진다"며 "결혼을 해도 주택담보 대출을 갚느라, 아이를 가질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주변에 많다"고 호소했습니다. 
 
3년 전 결혼해서 자녀를 1명 두고 있다는 30대 회사원도 "집값 때문에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 직장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아이 때문에 출근 시간을 1시간가량 늦춰줬지만, 출근에만 1시간가량이 걸려 효능감은 크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촌역 인근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 (사진=뉴스토마토)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까"…우리 시대 '김지영'
 
이후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신촌역 인근으로 향했습니다. 현대백화점 근처에서 만난 20대 후반 남성은 "안전한 환경이라고 느껴야 애를 낳는데, 우리나라는 애를 낳아야 집을 준다"며 "경제성장률과 연금·복지 제도를 봐도 이 사회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돈을 주기보다, 유치원 교육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은 "돈도 돈이지만 출산 후 직장에 잘 복귀할 수 있을지,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출산·양육이 좋은 일이고 모두가 도와야 할 일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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