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2)만안역 예정지 일대 ‘잠잠’해서 싸다

노후 소형주택 밀집했지만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 없어
지분시세 편차 커…3.3㎡당 1500만 미만 매물도
역세권 구축아파트 재건축 난망…신규 분양단지 간신히 완판

입력 : 2024-07-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경기도 안양시 KT석수지사 사거리에 머지않아 월곶-판교선(월판선) 만안역 건설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대 부동산 시장은 잠잠합니다. 만안역 신설이 발표될 당시 반짝 오른 후론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동네 여건상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탓입니다. 하지만 역 공사가 시작되면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전망입니다.
 
2040년 안양도시기본계획(안). 월판선 표시가 2030년 계획안에는 빠져 있고 2040년 안엔 포함된 것으로 보아 월판선 공사가 예정(2028년 완공)보다 많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안양시청)
 
터널 너머에 KTX광명역
 
도심이나 일자리가 많은 주요 지역과 연결되는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월판선 만안역이 들어설 KT석수지사 사거리 주변은 지난주 둘러본 안양종합운동장역 일대 분위기와는 딴판입니다. 너무 잠잠해서 이상할 정도입니다. 
 
행정구역상 석수2동인 사거리 주변엔 30년이 넘은 연립과 빌라, 단독주택들이 모여있습니다. 이곳에 지하철역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개발 수요도 생길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어떤 정비사업도 계획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그 흔한 ‘추진위원회’나 추진위를 만든다는 움직임도 없습니다.
 
입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버스정류장으로 두 정거장이면 안양 중심가이고, 1호선 관악역을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또 사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충훈터널만 지나면 바로 KTX광명역이 나옵니다. 차량으로 5분 거리입니다. 다만 사거리에서 터널을 지나다니는 노선버스는 좌석버스밖에 없고, 마을버스를 타면 다른 길로 광명역에 갈 수 있습니다. 
 
또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박달동 일원에 310만㎡ 규모 박달스마트밸리 조성을 추진 중인 것도 호재입니다. 이곳엔 첨단산업, 연구시설 등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역이 생길 예정이고 입지도 괜찮은데 개발 움직임이 없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노후건축물 비중이 안양시 조례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구역이 많다는 형식상의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세대수가 많고 지역주민들 구성상 재개발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커 보입니다. 
 
안양시 석수2동 KT석수지사 사거리. 정면도로(안양로)를 따라가면 안양시내가 나오고 오른쪽 길은 충훈터널로 연결된다.(사진=김창경 기자)
 
사거리와 충훈터널을 잇는 석천로. 빨간 연립주택이 보인다. 연립 사이에 차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건물이 밀집돼 있어 도로 가장자리를 주차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사진=김창경 기자)
 
석수시장(왼쪽) 주변 노후 건물에 있는 상가들. 곳곳에 새로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빌라들이 서 있다.(사진=김창경 기자)
 
역 예정지 주변 재개발 요건 미달 
 
안양로와 석천로가 X자로 만난 KT석수지사 사거리를 중심으로 크게 네 구역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이중 석수2동행정복지센터가 있는 북쪽은 30년을 넘은 건축물 비중이 69% 정도이지만, 이 건축물들의 연면적 비중은 53% 정도에 그쳐 시에서 정한 재개발 기준인 3분의 2를 넘지 않습니다. 
 
지도의 왼쪽, 석수시장이 중심에 자리한 서쪽은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유일한 준주거지역이란 장점이 있지만 30년 이상 건물이 60%, 연면적 비중은 53%에 그칩니다. 지도의 아래 남쪽엔 석천로를 따라 오래된 빨간 벽돌 연립들이 줄지어 있어 30년된 건물이 73%나 되지만 연면적 기준으론 55%에 불과합니다. 
KT 건물 뒤편의 동쪽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30년을 넘은 건물 수가 71%, 연면적 70%로 재개발 지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겉보기엔 오래된 집이 많은데도 재개발 요건에 미달하는 것은 중간중간 새로 지은 빌라가 들어서면서 노후 건축물의 비중을 낮춘 결과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20평을 넘지 않는 소형 평형의 주택들이 많다 보니 정비사업을 벌일 만한 사업성이 충분할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정비사업 추진이 없다고 해서 변화의 기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대로변 상가 자리엔 이미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공사를 위해 펜스를 친 곳도 있습니다. 새 건물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자릴 잡기 시작했습니다. 
 
역 공사가 시작되면 일대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있는 겁니다. 또한 신설 역사가 들어선다는 발표 당시에 유입된 초기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왼쪽 차량들이 향하는 곳이 충훈터널이다. 오른 쪽 펜스를 친 곳은 지난해 말 분양했던 안양자이더포레스트 건설 현장. (사진=김창경 기자)
 
KT석수지사 사거리에서 가까운 현대아파트. 25년차 아파트지만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김창경 기자)
 
석수e편한세상.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그 사이를 철로가 가로막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돌다리는 만안교로 문화재여서 일대를 재개발할 경우 이슈가 될 수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구축아파트, 용적률이 걸림돌
 
개발 움직임이 없다 보니 주택가격이 뛰지 않은 것은 실수요자나 초기 투자자들에겐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방 2~3개, 화장실 1개로 66㎡를 넘지 않는, 즉 거실이 좁은 구축 빌라와 연립 등의 매매가는 2억원을 넘지 않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신축에 가까운 빌라 시세는 2억원을 넘습니다. 
 
이를 대지지분당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대부분 3.3㎡당 2000만원 미만입니다. 주민들이 워낙 개발에 관심이 없다 보니 간혹 지분당 1500만원 미만의 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개업소들도 당장 개발 호재를 기대하기보다는 소액 장기투자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거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현대아파트도 시세가 비싸지 않습니다. 전용면적 59~114㎡로 구성된 1088세대 아파트로 1999년 11월에 완공된 25년차 구축입니다. 이 아파트는 전용 114㎡의 매도호가가 7억원대입니다. 지난 2월의 실거래가는 6억4000만원이었습니다. 전용 84형 매물도 6억원을 넘지 않습니다. 전세가도 40평대가 4억원대 중반, 국평은 4억원대 초반이라서 2억원 정도로 매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현대아파트는 오래됐어도 용적률이 376%에 달해 재건축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사거리에서 직선거리로 300m도 되지 않아 눈앞에 보이는 석수e편한세상도 조건이 비슷합니다. 게다가 중간에 철로가 가로막고 있어 1㎞ 가까이 돌아서 걸어 다녀야 합니다. 
 
주변이 온통 구축 천지이지만 신축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분양했다가 올해 4월에 완판에 성공한 안양자이더포레스트가 사거리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공사 중입니다. 야트막한 산자락, 충훈터널 옆이며 화창초등학교를 끼고 있습니다. 그 위엔 석수도서관도 있습니다. 
 
안양자이더포레스트는 최고 26층 5개동 483세대 단지로 전용 49㎡, 59㎡, 73㎡형 총 212세대를 일반분양했는데 59㎡형 분양가가 7억원에 육박했습니다. 아직 입주권 거래가 없어 국평 등의 시세는 알 수 없습니다. 9억원을 넘진 않겠지만 일대 아파트들과는 시세 차이가 큽니다. 물론 안양 시내 신축이나 KTX광명역 부근 단지들보다는 낮습니다. 광명역 부근 코스트코, 이케아 등의 편의시설을 차량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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