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공급망 이슈 확산…옵티칼 노조, LGD 압박

원청 대기업에 협력사 노조가 인권지침 이행 촉구
“니토덴코 기획청산…LG에 공급망 실사 책임 있어”
유럽 공급망실사 앞두고 노사분쟁 확대될 전망

입력 : 2024-08-20 오후 1:33:28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유럽 공급망실사지침(CSDDD)이 발효된 가운데 국내 원청 대기업의 인권지침 이행을 촉구하는 노조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공급망실사 시행은 2027년부터지만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협력사의 노사분쟁이 원청 대기업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당장엔 지침 이행 의무의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채권이나 거래 계약조건에 걸리는 ESG등급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기업도 동향을 주시 중입니다.
 
20일 LG트윈타워 앞에서 한국옵티칼 노조와 금속노조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니토덴코 먹튀 논란 관련 원청인 LG디스플레이의 국제 인권지침 가이드라인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재영
 
20일 한국옵티칼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는 LG트윈타워 앞에서 LG디스플레이에 국제인권 지침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유럽 공급망실사 외에도 이미 OECD, UN, ILO 등은 다국적기업 인권 지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ESG 경영을 표방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이를 준수하고 있음을 밝혀왔습니다.
 
노조는 그러나 일본 니토덴코의 청산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한 문제에 대해 원청 대기업인 LG디스플레이가 관여하지 않는 게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6년 이후 니토덴코에 대한 인권실사의 구체적 평가기준, 방법,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며 또 “유엔 글로벌 콤팩트의 기업과 인권 지침서-실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니토덴코의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직접 대화와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LG디스플레이에 요구했습니다.
 
김두나 희망을만드는법(공익인권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국제인권 규범에서는 기업이 자신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등 공급망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주요 고객사이고 니토덴코는 LG 물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청산 결정은 디스플레이의 용인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있었다. 청산 과정의 인권 침해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니토덴코는 2022년 10월4일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폐업 후 청산하고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 화재보상금만 수령하고 청산해 외국인투자기업 먹튀 논란이 일었습니다. 노조는 애초 구미공장에 먼저 노조가 설립되자 니토덴코의 노조혐오에 따라 기획청산을 자행한 것이란 의심을 제기합니다. 이는 부당해고로 국제 인권 지침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유가 됩니다.
 
게다가 니토덴코 측은 LG디스플레이로부터 주문량 감소를 청산 이유로 들었기 때문에 노조의 원성이 원청까지 향하게 됐습니다. 한국옵티칼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부품을 납품해왔습니다. 삼성 역시 국제 인권 지침을 채택하고 있어 분쟁이 번질 수 있습니다. 외국계 협력사의 국내 공장 폐업 이슈를 겪는 다른 대기업도 많습니다. 비슷한 배경에서 현대차나 기아, 한국지엠 역시 노조가 공급망 책임 방기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분쟁은 유럽 공급망실사를 앞두고 갈수록 쟁점화 될 전망입니다. 유럽 실사는 규제 대상기업이 공급망 실사 후 노동인권 침해 등 부정요소를 파악해 개선조치하며 3자 검증도 받도록 합니다. 규제 대상엔 유럽 내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수출기업도 걸립니다. 위반 시 제재는 유럽 각국이 도입할 국내법에 따라 다르지만 시장 철수, 벌금, 공공자금 조달 금지 등 법적 구속력을 가합니다.
 
뿐만 아니라 실사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과됩니다. 소송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 노조, 환경·인권 등 단체들도 가능합니다. 폐업 및 청산에 따른 대량해고 관련해선 유럽 공급망실사 조항에도 책임 있는 사업 철수에 관한 기준이 명시적으로 삽입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금속노조는 “공급망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환경 문제에 대해 피해자들이 유럽 법원에 기업을 상대로 민사적 책임을 추궁할 권리를 가진다”며 제도 도입을 반겼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 ESG 평가 등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에 대한 국내 여론 동향까지 수렴한다”며 “노사 문제 등 ESG 분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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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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