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손실에 증권사 골머리

입력 : 2024-10-15 오후 3:26:57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신한투자증권에서 최근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증권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앞서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에서도 큰 사고가 터지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신한증권, 내부통제 부실 논란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금융사고에 대한 김상태 대표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의 선물 매매를 진행해 과대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스와프 거래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말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 2년을 보장 받았지만, 부담이 다소 커진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고는 직원의 단순한 실수 차원이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허점과 관련이 깊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일일 점검과 관리 프로세스의 부재라는 지적입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LP 트레이딩 결과와 손익을 매일 점검하고 원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직원들의 보고만 믿고 방치했다"면서 "해당 직원이 큰 손실을 내기 전까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명백한 내부통제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이런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단순히 해당 직원과 부서장의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그러한 시스템적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책임이 CEO에게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2개월 동안 불법 거래가 이어졌는데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왑 거래로 허위 등록까지 한 것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내부에서 쉬쉬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금감원에 보고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 측은 "담당 LP 운용역 한 명이 허위 보고와 매매를 했으며, 추가 조사를 통해 관리 체계의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거취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 또한 "현재 검사 중이며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삼성·키움증권 CEO는 자진사임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의 사례와 비교하며 CEO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2018년 배당 사고로 당시 구성훈 대표가 사퇴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직원이 전산 오류로 잘못된 주식을 배당해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구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으로 황현순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후 황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 사임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한투자증권 사태에서도 김상태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에 따라 내부 통제 실패에 따른 책임이 사장에게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사고의 규모와 내부 통제 문제를 감안하면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무마하려는 시도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따릅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임원과 직원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도입된 체계입니다. 내부통제, 위험관리 등의 경영의무를 각 직책별로 세분화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합니다. 이 구조에 따라 금융사고 발생 시 단순 실무자뿐 아니라 최종 관리 책임자인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사옥.(사진=신한투자증권)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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