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아~파트, 아파트” 채영이(블랙핑크 로제 본명)가 좋아하는 술자리 게임 ‘아파트’가 전세계를 홀렸습니다. 로제와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APT.) 이야기입니다. 아파트는 공개 직후 국내 음원 차트는 물론 세계 최대 음원사이트 스포티파이도 휩쓸었는데요. 미국 빌보드 ‘핫100’에 8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특히 아파트는 SNS에서 챌린지 열풍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데요. 흡사 지난 2012년 전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오르게 합니다. 토마토Pick이 전세계를 홀린 로제의 ‘아파트’와 K콘텐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전세계 강타한 ‘아파트’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8위. 아파트가 단기간에 차지한 이 기록은 K팝 여성 가수로서는 역대 최고 순위입니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도 이날 기준 1억8천만회를 넘어섰는데요. 이미 뮤직비디오 발매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넘어서는 기세를 과시했습니다. 이는 올해 공개된 뮤직비디오 가운데 최단기간 수립한 기록입니다.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일간, TOP100 차트 모두에서 1위를 달성하고,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미국 스포티파이와 중국 QQ뮤직에서도 1위를 휩쓸었습니다.
-‘아파트’ 게임이 뭐길래? : 아파트는 오는 12월 발매 예정인 로제의 솔로 정규 앨범 ‘로지’(rosie)의 선공개 곡인데요. 노래에 등장하는 ‘아파트 게임’이란 여러 참가자들이 양손을 포개 아래서부터 손을 하나씩 빼다가 술래가 외친 특정 숫자(층수)에서 손을 빼는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놀이입니다. 노래 첫 소절에서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우리말로 소개됐습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브루노 마스와 함께 아파트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익살스럽게 연출됐습니다.
로제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던 스태프들과 ‘아파트 게임’을 즐기다 곡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로제는 지난 20일 보그 유튜브 채널에서 “노래를 쓰고 나서 술자리 게임으로 (노래를) 쓰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돼 노래를 지웠다”라며 “그런데 이미 많은 사람이 곡에 중독됐다는 것을 알고 작업을 (끝)마쳤다”라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아파트” 흥행 이유는? : 아파트는 한국에서만 쓰는 ‘콩글리시’지만 단순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후렴구 ‘훅’(hook)이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로 뻗어 나갔습니다. 유튜브, 틱톡 등 SNS에서는 아파트라는 단어의 뜻을 궁금해하면서 흥얼거리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는데요. 팝스타 찰리 푸스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아파트를 따라 부르는 영상을 게시하며 “아파트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다. 훌륭한 노래”라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팝 시장의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신선한 파격’과 재미를 아파트의 흥행 요인으로 꼽았는데요.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게임 이후에 부각됐던 것이 '놀이성'이고 이렇게 노래와 함게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이 된다”고 짚었습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도 “강남스타일도 일렉트로닉으로 시작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라며 “재미 요소를 강조해 청취자의 청각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루노 마스의 ‘태극기’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
아파트는 국내 가수의 노래가 전세계에 열풍을 몰고 온 것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가 해외에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에서 브루노 마스가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말로 ‘건배’를 외치는 모습도 큰 화제가 됐는데요.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실감케 합니다. 특히 아파트는 2000년대 팝 음악의 문법을 따르면서 한국적인 요소와 문화, 그리고 재미를 가미했습니다. 앞선 K콘텐츠였던 ‘강남스타일’과 ‘오징어게임’ 등의 성공 방정식이 여전히 주효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입니다.
-한국 문화에 관심 커져 :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로제가 소개한 김치볶음밥과 청양고추 소스를 곁들인 마른 오징어 등에 대한 반응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로제가 즐겨 먹는다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일명 ‘소맥’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국내 주류업계 등 유통가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련 마케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콘텐츠 ‘지속가능성’ 과제
K콘텐츠는 현재 전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는데요.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BTS, 그리고 아파트 등 K팝 열풍.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시작으로 다양한 K드라마와 최근 흑백요리사까지 K콘텐츠의 흥행. 여기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전세계가 K콘텐츠에 빠져 있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 이제야 이뤄지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 K콘텐츠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습니다.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은 글로벌 미디어 공룡의 한국 진출과 규제 족쇄에 발이 묶여 침체돼 있고, 출판업계 또한 고사 위기입니다. K팝 가수들을 배출했던 엔터테인먼트도 사법리스크와 경영권 분쟁 등 여러 잡음으로 삐걱이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열풍이 지속가능한 뿌리를 내리려면 창작자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절실해 보입니다.
배덕훈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