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 플랫폼 글로벌 1위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무료 멤버십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시장은 유튜브 뮤직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 토종 음원 플랫폼이 고전을 하는 중인데요. 반면 국내 이용자들은 이런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를 오히려 반기고 있습니다. 토종 플랫폼에 대한 불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때 탄탄했던 국내 음원 플랫폼들이 왜 쇠락하고 있는지, 토종의 반격 기회는 없는지 토마토Pick이 살펴봤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습격
한국 음원 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중입니다. 기존 강자였던 국내기업은 점유율을 잃고 있는데요. 해외 플랫폼이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이용자들이 돌아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글로벌 1위이자 월 이용자 수 6억2600만명을 보유한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무료 멤버십을 선보이고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광고 대신 무료, 익숙한 방식 : 스포티파이의 무료 멤버십은 국내에서도 익숙한 방식의 서비스입니다. 광고를 듣는 대신 음원을 무료로 즐기는 것, 즉 '유튜브'와 같은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이미 '유튜브 뮤직'을 통해 음원을 서비스하며, 한국 음원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에도 과거엔 무료 음원 서비스를 하는 '비트'와 삼성전자의 '밀크 뮤직'이 있었습니다. 비트는 한때 회원 600만명이 넘었지만, 서비스 출시 3년 만인 지난 2016년 11월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지금은 '삼성 뮤직'과 통합된 밀크 뮤직도 유료로 전환되며 무료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저작권료 대비 광고 수익이 적었고, 저작권협회 측과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는 과연 이런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유튜브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생긴다면 국내 이용자들은 거리낌 없이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무료 음원을 듣다 광고가 나와도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원 시장 휩쓴 유튜브
유튜브의 본질은 동영상 플랫폼이지만, 토종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을 초토화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음원을 들을 수 있어, 음원 플랫폼의 멤버십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유튜브는 유튜브 뮤직과 별다른 경계가 없습니다. 동영상을 보듯이 음원을 듣는 형태라서, 유료 멤버십 역시 별도로 나누지 않습니다. 광고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1만4900원)을 구매하면 역시나 광고 없이 음악을 듣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서비스(1만1900원)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끼워팔기 논란 불거져 : 국내 업계는 이런 형태를 '끼워 팔기'로 보고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정위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을 별도로 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유튜브 뮤직 구매를 강제당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2월 유튜브 뮤직 끼워 팔기 문제를 조사하고 있지만, 1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미 유튜브는 국내 음원 시장을 점령했습니다. 당국이 규제에 나설 때쯤이면 이미 시장 장악이 끝난 플랫폼 시장의 특성이 음원 쪽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유튜브 장점, 낮은 진입장벽
유튜브가 규제를 받으면 토종 음원 플랫폼에게 기회라는 시각이 있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음원 플랫폼은 유튜브가 가진 강점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보는 겁니다. 유튜브는 정식 음원을 유통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가공된 음원, 허가받지 않은 음원도 유통됩니다. 가수가 발매하지 않은 음원도 유튜브에는 있습니다. 아마추어나 재야의 고수가 유튜브를 통해 직접 부른 음원은 유튜브에만 있습니다. 취향에 맞게 음원 리스트를 만드는 유튜버도 존재합니다. 여러 노래를 믹싱해 새로운 음원을 만드는 유튜버,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노래를 만드는 유튜버도 있습니다. 당연히 유튜브 이용자의 음원 선택지가 넓습니다.
-아티스트들도 유튜브행 선호 : 반면 토종 음원 플랫폼은 이런 노래를 갖지 못합니다. 콘서트 버전 음원이나, 믹싱된 음원을 확보하려 노력을 하지만 미발매된 노래를 확보하는 건 어렵습니다. 가수는 노래를 발매하기 위해 심의를 받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유튜브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어 새내기 아티스트도 유튜브로 향합니다. 국내 유명 아티스트들도 토종이 아닌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공략합니다.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니, 아티스트 입장에선 글로벌 플랫폼을 공략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글로벌 플랫폼 역시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K팝 아티스트를 반깁니다.
토종에 대한 불만도 원인
국내 이용자들은 토종 음원 플랫폼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불만은 불공정한 음원 차트입니다. 토종 플랫폼은 음원 차트가 인기 순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차트가 조작을 당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극성 팬들은 음원 차트를 분석해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음원을 차트에 올리기 위해 작업합니다. 이를 '스밍'이라 하는데요. 이용자들은 토종 플랫폼 음원차트가 스밍에 점령당한 점을 비판합니다. 물론 국내기업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공정한 음원 차트를 만들기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등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이미 생겨난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음원 부족, 알고리즘도 한계 : 해외 플랫폼에 비해 외국 아티스트 음원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긴 하지만, 음악 자체가 워낙 국경이 없는 분야라 이런 약점은 더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음원 플랫폼은 AI로 노래를 추천하는데요. AI 노래 추천은 음원 플랫폼에서 매우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국내 이용자들은 토종보다 해외 플랫폼이 나에게 맞게 음악 추천을 잘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차이일텐데요, 앞으로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으려면 AI 성능 향상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