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22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구당 부활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도당과 당원협의회 등 지역의 정당조직부터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치권은 ‘풀뿌리 민주주의’ 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도 기득권을 가진 중앙 정치인이 지역 조직을 독점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당 폐지 이후 시·도당과 당원협의회 활동마저도 지역 위원장의 비민주적인 선출과 사당화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지구당 부활이 과연 정당 민주주의 활성화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경실련이 발표한 ‘17개 시·도당 및 서울시 당원협의회 위원장 선출 실태조사’를 보면, 올해 11월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민주당은 6곳(35.3%), 국민의힘은 15곳(88.2%)이 위원장을 단독출마로 선출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ㅅ헌)에 출마한 기득권 중앙 정치인입니다. 양당 모두 평균 5.3년의 선출직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17개 시·도당 및 서울시 당원협의회 위원장 선출 실태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구당 폐지 이후 사실상 지역 당원 관리를 하고 있는 당원협의회 위원장 선출 실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48명의 당협위원장 가운데 민주당은 47명(97.9%)이, 국민의힘은 41명(85.4%)이 22대 총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중앙 정치인이었던 겁니다. 민주당이 평균 6.3년, 국민의힘이 평균 4.5년의 선출직 정치 경력을 보유했습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이 당연직처럼 당협위원장을 겸직하는 관례가 있어 사당화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지역 위원장들은 공천권 등 막대한 권한을 가지지만, 선출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아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대부분 최근 선거에 출마한 중앙 정치인들로, 지구당 부활시 이들의 기득권이 더 강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원 직선제·현역의원 겸직 금지 필요”
과거 지구당은 전국 선거구 단위로 설치된 중앙정당의 하부조직이었습니다. 지역 민심 청취와 당원 관리 등을 목적으로 운영됐지만 지난 2004년 폐지된 바 있습니다. 막대한 운영비와 부정부패 문제, 사당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당들은 중앙당과 광역 단위의 시·도당, 지역의 당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원협의회는 지구당과 달리 각 선거구 단위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자금을 조달할 수 없습니다.
김동원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은 “현재 중앙 정치인들의 지역 독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구당 조직만 부활시키겠다는 건 지역 내 사무실을 운영하고 정치 후원금을 마련하는 합법적인 통로를 다시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과연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건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실련은 중앙 정치인의 지역 독점 구조를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시·도당과 당원협의회 참여 배제 △당원이 직접 시·도당 위원장과 당협위원장 선출 △국회의원의 시도당·당협위원장 겸직 금지 등을 촉구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