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이냐, 확전이냐'…트럼프에 달렸다

우크라 전쟁 1000일 '새 국면'…미 장거리미사일 허용에 러 '경고장'

입력 : 2024-11-19 오후 5:56:17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000일을 맞은 19일(현지시간) 미·러 충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등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가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개정된 '핵 교리'를 전격 승인했습니다. 대선 기간 중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전 세계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입니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가까이 굵직한 변곡점들이 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후 5일 후인 2022년 2월2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4개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강제병합, 2024년 8월6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상 침공, 2024년 10월16일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파병 등이 대표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면담에서 연설한 후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떠나는 '바이든의 승부수'…배경엔 트럼프 종전 협상
 
치고받던 양국의 전쟁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돌연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풀면서 분수령을 맞게 됐는데요. 대통령실은 18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의 사용 허가 사실을 한국 정부에도 사전에 알렸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직접 이 문제에 가담해 행동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의 결정을 공유 받은 정도"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할 정책 업데이트는 없다"며 에이태큼스 사용 허가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서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 언급까지 나오면서 강하게 반발한 것을 감안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에이태큼스는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사거리 약 300km의 지대지 미사일로, 하늘에서 비처럼 파편이 쏟아져 '강철비'라고도 불립니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에이태큼스의 타격 범위를 제한해 왔는데요.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아도 러시아 국경 너머의 비행장, 탄약고, 지휘소 등에는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자,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경고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교리 수정을 앞세워 강력 경고의 메시지를 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이날 비핵 국가가 핵 보유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지원국 또한 러시아에 대한 공격자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의 핵무기 사용 교리 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러 충돌이 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확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던진 바이든 대통령의 승부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에이태큼스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결정을 내린 배경엔 두 달 뒤 취임할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종전 협상에서 현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통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계산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사용이 현실화될 경우, 전쟁이 러시아 내륙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간접 참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새 국면을 맞는 것인데요. 공식적인 휴전 협상 전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점령한 영토를 기준으로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양국은 더욱 격렬한 전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취임 후 '종전안 추진'…유럽 수용 여부 '관건'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다면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전 세계 정세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당선된다면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략을 곧바로 끝낼 수 있다고 자신해 왔습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놔 종전 협상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방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이와 함께 유럽 국가들의 종전안 수용 여부도 관건인데요. 여전히 유럽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위비 지출과 지원을 늘려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방안을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북한군과 에이태큼스 미사일 문제를 제기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는데요. 한국 정부의 경우, 한국전 휴전을 우크라이나전 휴전에 적용하기엔 상황이 다르다고 언급했습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한국 전쟁의 휴전 협상 당시 전선은 전쟁 이전의 국경선과 거의 비슷했다"며 "반면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금 휴전 협상을 시작하면 전쟁 초기와는 완전히 다른 전선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방안 추진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문제는 나토, 특히 유럽 쪽에 있는데 유럽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렇게 끝나면 앞으로 국경선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며 "유럽의 어떤 나라도 러시아로부터 침략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대로 종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트럼프 당선인이 얼마나 현실적인 방안으로 유럽과 상의해서 종전을 진행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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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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