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얻게 한 사람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상대방을 속이는 기망행위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직접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하는 처분행위를 하면 성립하는 겁니다. 사기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뉴스를 보면, 누군가가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집니다. 온라인에 거짓 정보가 범람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널리 보급되면서 온라인의 익명성, 접근성 등을 이용한 사기 수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같이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이용한 사기는 가해자 특정이 어려워 대면 사기보다 가해자에 대한 수사도 어렵습니다. 가해자를 잡아도 실제로 피해금을 변제받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가해자가 잡히지 않으면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한 시도도 할 수 없는 겁니다.

 

 

지난 20일 부산에서 전세 사기로 청년 임차인들에게 약 180억원의 피해를 입힌 임대인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습니다. 피해액은 약 180억원에 이르지만, 사기죄는 피해자별로 독립해 성립하므로 여러 건의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한 겁니다. 따라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부터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지 않아 형법상 사기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각 죄에 정한 형이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장기 2분의 1까지 가중)을 한 최고형이 선고된 겁니다. 1심 판결문에는 탄원서를 인용해 피고인의 죄과의 실체를 알리기도 했는데요. 피해자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전세 사기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무분별하게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늘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대두됐습니다. 전세보증금 액수가 크고 피해자가 많은 특성이 있어 피해금이 매우 크고 회수하기도 힘든 특성이 있습니다. 전세 사기 혐의자들의 변명은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규제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사업에 문제가 생겼던 것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자본도 없이 건물을 인수하여 건물에 대한 담보 채무 현황이나 실제 임대차 현황을 속이고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재물을 교부받는 것은 전형적인 전세 사기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지난 19일 부산경찰청이 병원을 설립해 허위 진료기록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실손보험금 64억여원을 가로챈 병원 원장 등 3명을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환자 757명을 불구속 송치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미용 시술 등을 하고도 도수 치료나 무좀 레이저 시술 등을 한 것으로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해 환자들이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르면 보험 사기행위는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보험 사기로 얻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보험금을 쉽게 지급되는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당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 사기가 과거에 많이 있었습니다. 한 명이 짧은 기간에 비슷한 이유로 여러 차례 보험금을 타면 보험 사기행위로 쉽게 의심받고 적발도 잘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중화된 실손보험을 이용해 이번 사건과 같이 조직적으로 허위 진료기록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사기행위를 하면 적발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보험사에서 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기행위의 신빙성을 더 높이고 환자들까지 대처법을 교육하는 등 보험 사기도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겁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상장 예정인 비상장 주식 투자를 빌미로 86명으로부터 15억원을 편취한 조직을 적발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투자처가 있는 것처럼 꾸며 투자금을 받아 챙기는 사기 유형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코인 발행이나 주식 상장이 되면 최소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점을 이용해 그럴듯한 외관을 꾸미고 투자금을 받은 후 약속한 수익금이나 원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순식간에 잠적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신종 사기를 보면 사회적으로 돈이 잘 벌린다는 평가를 받고 주목받는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부동산가격 폭등과 저금리를 이용했던 전세 사기, 주식시장 호황과 코인 투자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투자 사기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상대적으로 정보가 덜 공개된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소위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부동산가격 폭등과 코인 투자 열풍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투자에 대한 관심과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을 교묘하게 이용한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조언하듯이 어떤 분야에 투자하든 많은 준비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수준보다 과도하게 높은 단기 수익을 약속한다면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궁극적으로 피해자들이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적거나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벌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종 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주의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각 사기의 유형마다 기망의 수단이 되는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을 마련한다면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