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를 지속해서 거부하고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강제구인 시도가 불발된 것까지 합하면 벌써 세 차례입니다. 윤 대통령은 불법 계엄선포의 정당성을 항변하는 변명과 핑계를 늘어놓을 뿐, 정작 내란죄 수사와 관련해서는 침묵과 거부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흡사 새로운 형태의 '수사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수준인데요. 토마토Pick이 윤 대통령의 수사 과정을 한 눈에 조명해봤습니다.
‘불법계엄 선포’ 윤 대통령
모든 수사 절차 기피 일관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닷새 뒤인 12월 8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내란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고, 다음날인 9일 출국금지가 됐습니다. 이후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앞다퉈 수사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대통령실은 여러 이유로 수사를 거부했습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로도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수사와 관련한 모든 절차를 일절 거부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직무를 정지했지만, 그 이후로도 대통령실의 행보에 변화는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피객패’(避客牌)'는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이 집행돼 그가 서울구치소로 압송될 때까지 1개월이 넘도록 관저에 내걸려 있었던 셈입니다.
-12월 11일 :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12월 15일 :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12월 16일 :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12월 17일 : 공조본이 우편으로 보낸 출석요구서가 반송됐습니다.
-12월 20일 :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게 2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반송됐으며, 전자 공문도 열람하지 않았습니다.
-12월 24일 :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국무회의 회의록 및 포고령 등의 제출 명령에 불응했습니다.
-12월 27일 : 공조본이 서울 삼청동 안가의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실패했습니다.
-12월 29일 : 공조본의 3차 출석 통보에 불응했습니다.
-1월 3일 :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경호처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철수했습니다.
-1월 7일 : 윤 대통령이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1월 14일 :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불출석했습니다.
윤, 체포 뒤 조사도 거부
공수처는 지난 15일에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약 43일 만이었는데요. 그러나 체포 뒤에도 수사는 지지부진한 실정입니다. 윤 대통령이 수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름과 주소의 진술마저 거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월 15일 : 윤 대통령은 공수처 첫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영상 녹화도 거부했습니다. 조서 열람과 날인도 거부했고요. 아울러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1월 16일 :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조사 자체를 거부하며 구치소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헌재의 탄핵 재판 1차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1월 17일 :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1월 19일 :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1월 20일 : 공수처가 구치소에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완강한 거부로 불발됐습니다.
변호인 통한 여론전 ‘계속’
윤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기간 마냥 침묵만 한 것은 아닌데요. ‘계엄은 정당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취지의 윤 대통령 입장은 변호인의 입 등을 통해 수차례 외부로 전해졌습니다. 석동현 변호사는 “수사와 헌법재판 절차를 동시에 할 수 없으니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측 대리인단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자 각하를 주장하기도 했죠. 윤 대통령은 1월 1일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연 지지자들에게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의 SNS에 자필편지를 올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수사에만 응하지 않을 뿐, 그 외의 영역에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불응 거듭, 피해는 국민 몫
윤 대통령의 장외 여론전이 낳고 있는 문제는 심각합니다. 윤 대통령의 여론전에 영향을 받은 아스팔트 보수들은 결국 폭동을 일으켰고, 서울서부지법은 초토화됐으며 다수의 경찰들이 다쳤죠.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경찰에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여당도 줄곧 윤 대통령의 행보에 보조를 맞췄습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백골단’을 자처하는 반공청년단을 국회에 들였고,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수사와 탄핵심판 자체를 불법, 부당한 것으로 흠집내기 바빴습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워는 ‘아스팔트 십자군’을 거론하며 사실상 폭동을 부추겼고, 윤상현 의원도 “(담장을 넘은 청년들은) 아마 곧 훈방될 것”이라고 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수사는 지지부진한데 국가는 더 혼란스러워진 느낌입니다. 조속히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지만, 정작 윤 대통령은 어떻게든 딴지를 놓으려는 태세입니다. 혼란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텐데요. 다가오는 설 연휴에도 국민들은 한숨만 내쉬며 정국을 지켜봐야 할 처지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